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한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새로운 수장으로 '재무통'인 장석훈 삼양식품 경영지원본부장을 앉혔다. '불닭' 브랜드 이후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공격적인 투자가 예정된 만큼 그룹 전반의 신사업과 투자를 총괄하는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에서 장석훈 본부장으로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2023년 9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김 부회장은 1년 7개월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장 본부장은 삼양식품 경영지원본부를 총괄하면서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 자리를 겸직한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올해는 삼양식품 밀양 2공장 완공과 해외사업 확장, 미국 관세 등 중요한 이슈가 산적해 있는 만큼 김 부회장은 사업에 집중하고 지주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전신은 1975년 라면 스프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세운 계열사 '삼양농산'이다. 이후 1981년 삼양농수산, 2017년 삼양내츄럴스를 거쳐 2023년 7월 삼양라운드스퀘어로 사명이 변경됐다. 삼양식품 지분을 보유하며 단순히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과거와 달리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본격적으로 지주사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다.
2022년 삼양라운드스퀘어(당시 삼양내츄럴스)는 사업목적에 '지주사업'을 비롯해 자금조달·투자업, 지적재산권 관리, 해외투자업, 식품·제약산업 기술 개발 등을 추가하며 지주사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또 같은 해 삼양식품이 보유하고 있던 브랜드수수료(상표권) 사업을 인수받았다. 브랜드수수료는 배당사업·부동산임대와 함께 그룹 지주사의 대표적인 수익사업이다.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식품 상무가 100% 지분을 보유한 아이스엑스를 흡수합병하면서 삼양식품의 지분율을 33.26%에서 34.92% 올려 지배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재무통인 장석훈 대표를 선임한 건 이처럼 지주사 체계를 갖춘 것을 넘어 이를 통해 신사업을 키우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함으로 관측된다. 본격적으로 지주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계열사를 관리하고 '돈줄'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최근 자회사인 삼양식품 신생 헬스케어 브랜드인 '잭앤펄스'를 키우기 위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도모했다. 잭앤펄스는 지주사 산하 연구소인 삼양스퀘어랩의 연구를 바탕으로 삼양식품이 브랜드로 출시한 것이다. 판매는 삼양라운드힐이 한다. 삼양라운드힐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곳으로 이곳 부지는 향후 웰니스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웰니스(웰빙과 건강을 뜻하는 피트니스의 합성어)와 헬스케어는 삼양이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사업이다. 앞서 김정수 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인간의 건강을 위해 식생활을 넘어 '웰니스·헬스케어'를 실현하는 전문적 역할로 업(業)의 가치를 재정의하고자 한다"며 "헬스케어와 식품 간 경계와 고정관념을 허물고 통합적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스스로 변화하고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새로운 사령탑인 장 대표를 필두로 장기 투자를 위한 큰 틀을 짜는 작업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부터 삼양식품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은 장 대표는 밀양 1공장 건설을 위한 회사채 발행으로 2022년 103.4%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을 2023년 102.9%, 2024년 92.6%로 낮추며 재무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2024년 4월 회사채 수요예측 공모에서 모집 금액(700억원)보다 9배 높은 6490억원의 수요를 이끌어낸 것도 기업활동(IR)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업무를 세분화하며 전문성을 강화한 장 대표의 역할이 컸다.
현재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이익잉여금은 2023년 2147억원에서 작년 4516억원으로 2배 이상이 늘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불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장기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회사는 2023년 미래비전 선포식 당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 ▲식물성 단백질 ▲즐거운 식문화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및 글로벌 커머스 구축 ▲탄소저감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의 성과는 곧 오너 3세인 전병우 상무의 경영 성과로도 이어진다. 전 상무는 삼양라운드스퀘어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기업의 전략 방향을 이끌고 있다. 장 대표는 전 상무와 호흡을 맞춰 바이오와 헬스케어, 웰니스 등 긴 호흡이 필요한 투자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관측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한 번에 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지만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직접 인재를 채용하며 기술을 내재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긴 호흡으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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