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아버지' 배재규, 삼성 떠나 한투 사령탑 맡는다
한투 ETF 시장서 승부수, 삼성 후선 인사도 관심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9일 10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국내 최초의 ETF(상장지수펀드)인 'KODEX200'을 선보인 배재규 부사장이 삼성자산운용을 떠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령탑을 맡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 부사장을 영입하며 ETF 전쟁에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ETF 시장에서 입지가 줄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이 배 부사장의 공백을 메우고 반등의 고삐를 당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WM(자산관리)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조만간 정기 인사를 통해 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차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배 부사장은 한국종합금융과 SK증권을 거쳐 2000년 삼성자산운용(당시 삼성투신운용)에 합류해 주식2팀, 시스템운용팀, 인덱스운용팀을 거쳐 2007년 ETF운용팀장을 맡았다. 특히 2002년에는 국내 ETF의 포문을 연 KODEX200을 선보이며 '한국 ETF 아버지'로 불린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인덱스 운용본부장(2008년)과 패시브 본부장(2013년)을 역임한 뒤 2017년 삼성자산운용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배 부사장의 이동으로 지난 2015년부터 6년 간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이끌어 온 조홍래 대표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되는 셈이다. 조 대표는 2017년 업계 최초로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 4개를 선보이며 해외 비즈니스에서 강점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대표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배 부사장 영입은 운용업계 승부처가 된 ETF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2년 국내 1호 ETF 상품인 KODEX200을 상장시킨 주역인 배 부사장의 맨파워를 통해 ETF 탑티어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7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운용자산(AUM)은 3조5798억원으로 4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ETF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5위의 NH-아문디자산운용(2조2638억원)이 테마형 ETF를 잇따라 선보이며 입지를 키우고 있고 타임폴리오, 흥국, 에셋플러스, 메리츠 등 중견운용사들도 가세해 판을 키우고 있다.


후발주자를 따돌리는 것과 더불어 배 부사장을 통해 3위 KB자산운용(5조7137억원)을 추격하기 위한 새 동력을 마련하는 효과도 누리게 됐다.


더불어 20년 넘게 삼성자산운용에 몸 담아 온 배 부사장이 떠나게 되면서 그의 후선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자산운용은 라이벌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맹추격이 이어지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ETF 시장의 절반을 차지해 온 삼성자산운용의 ETF 마켓쉐어는 지난해 연말 대비 9%p 가량 빠진 42%대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대에 머물던 'TIGER' ETF의 마켓쉐어를 올해 30%대로 끌어올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아직 대표이사 인사에 관해 전해 들은 바가 없으며 10일 이후에 정기 인사 발표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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