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삼성의 格
반도체 삼성의 '굴욕'...SK하이닉스에 뒤처져
⑥ 엔비디아, 삼성전자와 HBM3 본계약 없어 "HBM3P 용어 쓰지 말라" 엄포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06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종희(왼쪽부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예전에는 삼성전자가 기준을 잡고 나머지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에 맞추기 위해 애를 썼는데 이제는 경쟁사가 하는 것을 삼성전자가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반도체 업계 관계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성능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공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상 SK하이닉스에 밀려 계약이 불투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의 위상을 보여줬던 삼성전자가 HBM3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것도 모자라 엔비디아와 계약에도 밀리면서 사실상 반도체 맏형의 자존심을 완전히 구겼다.


삼성전자의 DS(반도체) 사업부 내부에서도 4분기 역대급 감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내년도 중국 모바일 수요 폭발을 예상하면서 오히려 생산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엇박자가 나고 있다.


◆삼성, HBM3 성능 엔비디아 기준 못 맞춰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둘째주 엔비디아 구매팀은 SK하이닉스와 내년도 HBM3 물량 계약을 위해 방한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를 만나기 위해 방한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측에게 HBM3 납품을 받아 달라며 의사소통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엔비디아 측에서는 삼성 측에 샘플 제품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니 납품을 받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납품하고자 하는 HBM3 제품이 아직 수율이나 발열 부분에서 퀄리티를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4분기까지 어떻게든 맞추겠다며 시제품 물량을 먼저 줄 테니 가져가 달라고 말하며 조건부 가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정식계약이 아닌 조건부 가계약 형태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4분기까지 어떻게든 성능이랑 발열 부분을 충족시키겠다면서 샘플을 넘어 시제품 물량을 먼저 줄테니 가져가달라고 엔비디아에 부탁했다"면서 "엔비디아 측에서는 삼성이 준다고 하니 받은 것인데 마치 계약을 한 것처럼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그저 조건부 가계약 수준일 뿐"이라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기존에 알려진 HBM 일괄공급(턴키) 역시 엔비디아 측은 아예 고려도 안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삼성의 2.5D 패키징 기술인 '아이큐브8'은 엔비디아 측이 제품 안정성이나 수율면에서 현실적으로 채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턴키 제품을 사용하다가 제품이 오류가 나면 패키징 전부를 폐기해야 되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턴키 공급을 위해서는 충분한 트랙레코드가 필요한데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도 아이큐브8을 적용해 본 적이 없는데 엔비디아가 쓸 리가 만무하다"면서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패키징 트랙레코드를 쌓아줄 고객사도 없기 때문에 단기간에 턴키 공급이 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삼성전자는 차기 5세대 HBM인 HBM3P는 삼성의 자부심을 담은 최상등급이라는 뜻의 프라임(prime)의 P를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이미 SK하이닉스와 차기 HBM 이름을 HBM3E로 정했다며 삼성전자 측에 HBM3P라는 이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게 메이저 공급사인 하이닉스와 차세대 제품을 HBM3E로 부르기로 용어 통일을 했으니 다시는 HBM3P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사장도 올해 엔비디아를 만나기 위해 상반기 미국을 자주 넘어 많이 갔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연말 인사 때도 위험할 것"이라고 전했다.


◆ 위기에도 DS부문 내부 정치만 난무

 

삼성전자 DS사업부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중 일부 라인의 모바일용 제품인 LPDDR(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 품목 증산을 두고 내부적으로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영업 마케팅부에서는 고객사 수요예측 결과 내년도 중국쪽 모바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감산 속도를 줄이거나, 램프업(Ramp up, 생산량 확대)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삼성전자의 기조는 역대급 감산을 준비 중이다. 지금 상태로는 반도체 업황 반등은커녕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라인 2개 정도를 아예 멈출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증산에 나섰다가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강력한 감산을 이어가자는 쪽과 일부 제품을 확대하자는 쪽이 맞붙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내부 경영진들의 시각차가 단순히 업황 회복 시기에 대한 이견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내부적으로는 연말 인사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일부 임원들이 사업부 내부를 흔들고 있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모바일 업체들은 최근 LPDDR4 재고만 쓰면서 주문을 취소하는 오더 컷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주문 취소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모바일에서는 재고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물량을 늘리기엔 글로벌 모바일 시장 수요가 살아나는 시기는 아니다는 시각이 다수다. 


삼성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영업 마케팅에서 내년도 수요가 갑자기 확 늘어날 수 있으니 감산을 유지했다가는 후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연말 인사를 앞두고 일부 임원들이 존재감을 돋보이기 위해 '비 한 방울 오는 상황을 두고 태풍 오니 창문을 다 막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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