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창민 기자] 치과 3D스캐너 기업인 메디트 인수전의 최대 쟁점으로 '실적'과 '딜러 판매량'이 떠올랐다. 10월 실적은 당초 예상치를 밑돈 반면, 10월 딜러 판매량은 역대 최대 월판매량을 경신해서다. 새로운 우선협상 대상자로 낙점된 MBK파트너스가 상반된 수치를 어떤 시각으로 해석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메디트 경영권을 보유한 UCK와 이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GS·칼라일 컨소시엄 간 메디트 매각딜이 무산됐다. 메디트의 성장성 및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두고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를 하회한 10월 실적이 발단으로 전해진다. 메디트는 올 10월 매출로 약 2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 보다 50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치과 산업은 매출이 4분기에 집중된다. 찬 바람이 불면 잇몸 신경이 수축하면서 시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치과를 찾아서다. 이와 함께 치과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사들의 매출도 증가한다.
그럼에도 10월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자 GS·칼라일 컨소는 소명 요청과 더불어 밸류에이션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UCK에 전달했다. 납품처가 줄었거나 경쟁사들이 자체 소프트웨어 보급을 시작하는 등의 이유로 4분기 매출이 감소하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UCK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10월 딜러 판매량을 중심으로 소명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판매량 증가 효과가 실적에 점차 스며들 것이라는 관측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트 딜 정황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메디트 매출이 증가하는 시점은 딜러들이 고객사에 메디트 제품을 판매했을 때가 아니다"며 "딜러들이 제품 판매 이후 줄어든 재고를 채우기 위해 메디트 제품을 추가로 매입하는 시점에 매출에 반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UCK는 당장 10월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진 못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비로는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전달했다"며 "또 10월 딜러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는 순차적으로 실적에 반영돼 결국 중장기적으로 실적과 기업가치 모두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UCK의 소명에는 올 들어 급격하게 진행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실적 개선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딜러들이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대출을 활용해 제품을 미리 사들이던 기존 방식 대신 재고를 가능한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게 골자다. 재고를 쌓아두는 데 소극적인 태도로 변한 딜러들이 늘면서 판매량 증가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예년보다 길어진 셈이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UCK는 딜러들이 이자 부담 때문에 제품 추가 매입에 소극적일 뿐, 메디트의 성장성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명에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딜은 무산됐다. 이후 지난달 29일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우선협상 대상자로 등장했다. UCK와 MBK파트너스도 연말 실적과 판매량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잣대로 메디트 성장성을 가늠하고 있다. 우선협상 기한은 이달 22일까지다.
IB업계 관계자는 "UCK와 MBK파트너스간 협상은 앞선 GS·칼라일 컨소 협상 때보다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MBK파트너스는 GS·칼라일 컨소보다 낮은 가격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높아질 수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추고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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