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 디비케이, “나는 헬스케어 유통회사다”

[롱텀기대되는 스몰캡파워기업] 디비케이
- 건강관련 제품 전용 유통회사로 체질 변화- 체험형 헬스케어 매장 올해 20개 점 돌파 목표

인터넷으로 덜컥 구입하기에는 고심되는 상품들이 있다.
‘기능성 제품이라는데 한번 앉아봤으면, 저걸 사용하면 정말 시원하게 근육이 풀릴까? 향은 맡을 수가 없는데, 손으로 만져봐야 확실히 알지…’
이런 생각이 들 때, 집근처 매장에 체험 상품이 전시돼 있다면 좋을 것이다. 기능성의자 ‘듀오백’으로 유명한 회사인 ‘디비케이(DBK)’가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체험형 헬스케어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호점인 일산 탄현점을 시작으로 합정 메세나폴리스점, 분당 애플플라자점, 목동 현대41타워점, 인천 구월점을 오픈한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수원광교에 6호점을 냈다.


‘리얼컴포트(Real comfort)’란 브랜드를 내건 이 매장에는 디비케이의 대표상품인 듀오백 기능성 의자, 기능성 책상, 라텍스 침대, 침구세트, 안마의자와 각종 소형 안마기기,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다양한 아로마 제품, 각종 비타민류 등 다양한 건강기구와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목동 매장에서 만난 리얼컴포트 판매 직원과 디비케이 직원은 기자에게 제품 기능을 설명해주며 거듭 제품을 체험해보라며 권했다. “체험해보면 다들 눈빛이 달라진다”는 것이 매장 직원의 설명이다. 주변의 다른 손님들도 편안하게 여러 제품들을 체험해 보고 있었다.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모두가 어려웠던 IMF외환위기 시절, 당당히 지하철 광고판을 가득 메우며 승승장구해온 듀오백이 ‘디비케이’로 사명을 바꾸고 ‘체험형 헬스케어 매장’을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디비케이 본사(사진제공=디비케이)



왜 의자만 파나요?


디비케이는 1987년에 설립된 회사다. 창업주 정해창 회장이 우연히 독일에 들렀다가 의료용으로 제작된 의자를 보고, 그 기술을 국내에 도입해 만든 의자가 ‘듀오백’이다. 등받이가 2개로 이뤄진 이 의자는 엄마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쓰는 의자’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연초가 되면 회사 전 직원이 생산공장으로 출근해 의자 생산물량을 맞췄다”며 “밀려오는 주문량에 맞춰 팔기도 벅차, 홍보, 마케팅, 신사업 구상 등 다른 부문을 신경 쓸 틈이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급격한 매출 성장을 거듭한 디비케이는 2004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며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주주를 대상으로 한 신제품 홍보 등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상장 다음해인 2005년부터 이 회사는 매년 3~4월이면 주주를 대상으로 신제품을 30~40% 가량 할인해 판매하는 행사를 연다. 올해가 10년째다.


듀오백에서 디비케이로 사명을 바꾼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사명변경과 함께 기능성 의자 제조업체 디비케이는 헬스케어 유통회사로 변신했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일부 투자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비케이의 등장은 이미 2007년부터 준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디비케이 관계자는 “2009년 듀오백 특허권 만료를 앞두고 2007년부터 내부적으로 미래 사업계획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했다”며 “대략적인 모습은 당시 그려졌지만 호우(좋은 시기)를 기다린 것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듀오백은 외부 컨설팅업체에 자문을 구해, 듀오백만의 핵심 경쟁력인 ‘기능성’, ‘허리건강’이란 키워드에 ‘고령화 사회’라는 사회 환경을 접목시켜 신사업의 방향을 ‘건강’으로 정했다.
회사 측은 “당시 듀오백 의자를 사러오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책상은 안파느냐’는 것이었다. 종합가구회사로 방향을 잡을까하는 논의도 있었으나 워낙 경쟁업체가 많아 승산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능성’ 관련 제품의 연구와 개발은 자신 있었다. ‘유통’과 ‘판매’에 관심을 갖던 중 ‘척추’와 관련된 제품만 판매하는 미국의 릴렉스더백(Relax The Back)이라는 유통회사가 적절한 롤 모델이 되었다. “제품을 체험해 보고 구입하고 싶다”는 고객의 문의도 신사업의 아이디어가 됐다. “인체공학을 고려한 기능성 건강관련 제품을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유통 회사로 가자!” 이렇게 논의는 귀결됐다.
다만 당장은 시작할 수 없었다. 회사 측은 “헬스케어 산업은 소득수준이 일정 수준이상 도달해야 성장한다는 보고가 있어 때를 기다렸다”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 2014년 8월 첫 매장을 오픈했다”고 전했다.


이제는 유통이다


‘잘 될까?’ 의자를 만들던 회사가 헬스케어 제품을 팔고 건강기구 체험매장을 낸다는 것은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창업하는 것과도 같다. 정해창 회장의 아들인 정관영 대표(사진)와 전 직원들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자세로 매장을 늘려갔다.



디비케이 정관영 대표(사진제공=디비케이)



회사 측은 “직원들이 ‘반 부동산전문가 다 됐다’고 농담할 정도다. 상권분석을 위해 수많은 지역을 직접 찾아다녔다. 한번에 전국에 여러 매장을 일괄 오픈할 수도 있었으나, 1호점을 내고 면밀히 장단점을 분석한 후 2호점을 냈고, 또 분석하고 분석하며 차례로 매장을 내고 있어, 6호점까지 내는데 10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회사 측은 “상판각도와 높낮이가 조절되는 기능성 책상을 출시하자, 고객들이 ‘역시 디비케이는 기능성 제품을 잘 만든다’고 평가해줬다”며 “처음에는 왜 디비케이가 헬스케어 제품을 파느냐고 의아해 하던 기업들도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구입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은 자신의 제품을 팔아달라며 직접 문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이 회사는 수도권에 12개, 지방 주요 광역시에 7개 정도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쯤 되면 성공적인 출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오픈매장의 매출 성과를 묻는 질문에 회사 측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회사 측은 “제품 특성상, 가족간 외출이 많은 주말에 매출이 크게 늘고, 선물용 판매가 많아 명절과 어버이날이 있는 상반기에 매출이 높고, 연말은 비수기에 속한다”며 “1~2년 정도 매출 추이를 더 지켜보고 시즌별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파악되는 전체 매출 비중은 의자가 30~40%, 책상이 10%, 소형안마기가 10%, 베개 10%, 기타품목이 30% 미만 가량 차지한다.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 의자보다는 건강관련 제품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능성 의자판매는 계속 된다


그렇다고 듀오백 의자 판매를 후순위로 미룬 것은 아니다. 기능성 의자 대표 제조사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기능성 의자부문에서 선두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후발업체의 등장, 국내 가구업체의 의자 제품 출시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 졌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도 다소 감소하는 추세다.


듀오백 의자는 주로 지역별 총판, 온라인쇼핑몰, 기업특판을 통해 판매되는데 최근 총판 쪽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그렇다고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는 게 회사 측 반응이다. 리얼컴포트 매장 확대에 맞춰 총판비중을 줄여나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신제품 출시 반응이 좋아 매출은 꾸준히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의자 라이프사이클은 5~7년 주기로 일어나는데, 지난 2009~2010년 대체수요시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기능성 의자 선두업체로서 신제품 개발은 늘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분야이자 어려운 과제다.
다행히 올해는 지난 2월 아동용 ‘듀오키즈 래빗’과 여성전용 ‘듀오 레이디’가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출시된 의자는 모두 남성용이다. 여성 전용 제품 출시 후 실제 의자를 사용해 본 고객들이 ‘역시, 다르다’며 제품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일산탄현점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있는 고객들(사진제공=디비케이)



수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수출 규모는 전체 매출의 12~13% 정도다. 주로 일본, 중동, 싱가포르, 중남미 등으로 수출을 지속해 왔다면 올해는 유럽, 북미, 인도 등으로 수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잇따라 국제가구전시회에 참석하는 이유도 현지 가구트렌드를 읽고 각 지역 바이어들을 만나 제품 홍보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권과 인도, 유럽(스페인, 포르투칼, 독일), 칠레 지역의 매출이 늘고 있다”며 “특히 인도는 완제품이 아닌 부품 공급 방식으로 납품돼 지역 확대는 물론, 수출형태도 다변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리얼컴포트 매장 확대를 통해 올해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KDB대우증권 성현동 연구원은 “리얼컴포트 오프라인 매장 출점으로 성장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점포수 증가에 따라 리얼 컴포트 사업 매출은 2014년 3억원에서 2015년 75억원, 2016년 153억원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올해 매출은 471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을 예상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17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34억원이었다.


정관영 대표는 “리얼컴포트는 고객이 직접 제품을 체험해 보고, 본인의 체형, 치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체험형 인간공학 멀티샵’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로 최상의 '바른 편안함'을 제공하는 리얼컴포트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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