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판 양적완화’ 가능성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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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 기자]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국책은행의 지원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양적완화 정책 효과를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에 한국은행이 직접 출자하거나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권을 매입해주는 방식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29일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법 개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를 살리기 어렵다는 점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어 금리인하와 채권매입이 병행되는 방안이 중장기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990년대 일본은 자산버블의 붕괴와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은행은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BOJ는 1990년 중반 기준금리를 제로금리까지 낮추며 대응했지만 제조업의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와 부실채권 증가, 금융기관 부실을 막을 수 없었다. 1994년부터 일본 금융기관은 대규모 손실로 연쇄도산을 맞았고, 2001년이 되어서야 BOJ가 은행의 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가 도입됐다. 금융기관들이 이미 회복되기 어려울 만큼 악화된 이후였다.

이 연구원은 “한국은 일본보다 먼저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향후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서는 취약 기업들에게 대규모 대출을 제공했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대한 선제적인 자본확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스웨덴의 사례를 보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장률 둔화와 대규모 실업 이 불가피했다. 2차 대전 이후 글로벌 재건 수요에 힘입어 철강, 조선업을 중심으로 75년까지 호황을 누렸던 스웨덴 경제는 이후 수요 둔화와 한국 등의 맹추격으로 주도산업이 쇠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조선업 종사자가 3분의 1로 감소했고, 경제성장률은 10여년간 둔화됐다.

그는 “과거와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의 구조조정과 산업재편도 단기간에 마무리 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재정정책 등이 병행되더라도 향후 적어도 1~2년 동안은 구조조정에서 발생할 실업, 생산량 감소에 따른 성장률 둔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6월에서 7월 사이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면서 “한은의 산업은행 후순위채 매입이 채권수급에 미칠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채권매입이 향후 통화정책 수단으로써 자리잡을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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