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신텍 M&A 리뷰1]'잘못된 만남'
인수자 김명순, SI 없이 경영권 매입···FI 2곳, 장내 지분 매각

[편집자주] 발전설비 제조업체 신텍이 한솔그룹의 품을 떠난지 3개월만에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사업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매각하자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결국 경영권이 바뀐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종 부도 처리 됐다. 코스닥 상장사의 지위 마저도 잃었다. 팍스넷데일리는 무자본 M&A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는 신텍 M&A거래를 다시 되짚어 본다.



[딜사이트 김동희 기자] 코스닥상장사 한솔신텍(현재 신텍)의 영업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매출규모는 1000억원을 크게 웃돌았지만 빚 좋은 개살구였다. 건설사와 같이 발전설비를 수주한 뒤 프로젝트 진행 단계에 맞춰 수익을 인식하다보니 기복이 컸다. 영업활동에 필요한 운영자금도 늘 부족했다.


2011년 분식회계 사태 이후 한솔그룹이 새롭게 경영권을 쥐면서 다소 나아지는 듯 했으나 부침은 여전했다.


결국 한솔그룹도 5년만에 손을 들었다.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작년 말부터 원매자를 찾아 나섰고,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마치자마자 바로 경영권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한솔신텍과 무자본 M&A 세력의 잘못된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솔홀딩스는 지난 4월16일 보유하고 있는 한솔신텍 지분 36.77%를 김명순과 재무적투자자(FI) 두 곳에 처분키로 계약했다. 거래금액은 주당 850원으로 산정한 200억원. 김명순씨가 90억원을 책임지고, 프라임2호조합과 아이스파이프가 각각 80억원과 30억원을 납입키로 했다.


M&A는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계약당일 김명순씨는 20억원을, 프라임2호조합과 아이스파이프는 총 110억원을 지급했다. 인수주체인 김명순씨는 일주일 뒤인 4월23일까지 나머지 잔금 70억원을 넣기로 했다. 주식도 모두 넘겨받았다.


양수도대금의 절반 이상을 지급해 거래는 아무 문제가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FI인 프라임2호조합과 아이스파이프가 주식을 넘겨받자마자 장내에서 모두 처분해 짭짤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정상적인 FI와 달리 초단기에 20~30%의 수익을 남기고 투자금을 전액 회수한 것이다.


찜찜한 기분을 다스릴 틈도 없이 인수주체인 김명순씨가 잔금 조달에 실패했다는 소문이 주식시장에 돌았다. 당초 계획한 자금조달이 틀어지면서 소송에 휘말렸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매도자인 한솔홀딩스는김명순씨가 4월23일까지 잔금을 내지못하자 한솔신텍 주식 823만 4201주를 대금지급일까지 질권설정하기도 했다.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김명순씨는 이틀뒤인 4월25일 잔금을 납입했다. 최대주주가 한솔홀딩스에서 김명순(지분율 16.55%)씨로 변경했고, 질권설정도 헤제됐다.


김명순씨는 추진하려는 신규 사업이 불분명했다. 당연히 마땅한 전략적투자자(SI)가 함께하지 못했지만 한솔신텍의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신규사업을 찾아나서던 참이었다.


김동희 기자 rha11@paxn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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