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신청한 제일병원, 회생 관건은
3월 정상화 계획…핵심은 의료진 재건여부

[딜사이트 남두현 기자] 국내 최대 여성병원인 제일병원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회생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인수협상에 이영애 컨소시엄 외 두 곳의 투자처가 뛰어들며 협상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급속히 와해된 의료진 재건은 숙제로 남게됐다.



제일병원은 지난 28일 서울회생법원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형태의 회생절차와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신청했다. ARS는 회생절차 신청 후 개시 결정 사이에서 기업이 채권자와 자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제도로 병원 측은 개시 결정 전 회생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병원 측의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에 따라 법원은 29일 회생절차의 개시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제일병원의 모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에 대해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또는 담보권실행을 위한 모든 경매절차를 금지한다고 공고했다. 법률과 회계자문은 법무법인 율촌과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이 맡는다


◆ P-Plan이 아닌 왜 ARS인가


제일의료재단 측은 P-Plan(Prepackaged Plan) 회생절차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ARS 방식으로 급히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플랜은 회생절차개시 이전에 신규투자자가 있을 때 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사전회생계획안을 회생절차신청과 동시에 제출함으로써 빠른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절차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유력한 투자처와 함께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려던 계획이 틀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재단 측은 이영애 컨소시엄과 주요 채권자인 우리은행이 추천한 투자처와 긴밀히 협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으나 최근 외부압력 등의 부담감으로 우리은행 추천 투자처가 최근 투자의사를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측은 ARS방식을 통해 일차적으로 국민건강보험 공단 등에 묶인 120억 규모의 압류자금을 푸는 한편, 회생절차 개시일을 미뤄 복수의 투자처와 협상 연장을 통해 보다 유리한 투자처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이영애 컨소시엄 외 두 곳의 투자처가 협상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1차 목표는 3월 내 외래 정상화… 가능성은?


병원 측의 계획은 우선 2월 중 압류자금을 풀어 재직자에게 우선 밀린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조직이탈을 막고 순차적으로 정상가동이 빠른 외래센터와 건강증진센터부터 정상화한다는 목표다. 계획안에 따르면 3월부터 급여지급을 시작으로 4월까지 체불임금을 모두 완료하고, 전문의 모집을 통해 외래와 건강증진센터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진료 강점 분야인 임신, 출산, 난임, 여성암 등에서 확장해 재활 및 요양 등 만성질환 및 노인성질환 분야도 키워 나가겠다는 플랜도 제시했다.


실제로 외래와 건강증진센터의 경우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타 병원에 비해 충성고객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 빠른 환자 유입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제일병원 내원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병원 다시 내원하고 싶다’는 답변이 95%에 이르는 등 고객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병원으로 알려진다. ‘주산기와 난임, 여성암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은 어딘가’라는 조사에 55.7%, 50.9%, 46.4%로 오히려 직원 보다 높게 조사된 바 있다. 경영컨설팅을 조사한 업체 역시 조사결과에 놀라워하며 회생가능성의 가장 큰 원동력을 충성고객으로 꼽은 바 있다.


제일병원 한 직원은 “타 병원 전원하기 위해 서류를 떼러 오는 환자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병원이 정상화 되면 꼭 연락 달라 얘기다”며 “병원을 옮겨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도 환자들 대부분이 불평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 오히려 위로해 주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한다.


◆ 관건은 무너진 의료진 재건가능 여부


현재로서 정상화의 핵심은 의료진이 어느 정도 빨리 리모델링되는지 여부다. 일단 간호사의 경우 휴직자를 포함해 약 200여 명의 직원이 버티고 있으나 병원의 구체적인 회생계획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탈자는 지속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악은 아닌 상황이다. 정상화를 위해 간호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간호부의 수간호사급 간부간호사들이 남아 있어 자금만 유입되면 빠른 재건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 간호사는 “경영위기 전 제일병원 간호사 근무 만족도는 높았던 편으로 임금지급에 문제만 없다면 휴직자를 포함해 많은 직원들이 복직할 것으로 안다”며 “실제 퇴직자에서도 경영정상화만 이뤄지면 다시 복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간호사들도 많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문의다. 산부인과(주산기과, 난임생식내분비과, 부인종양학과) 전문의 수는 50여 명에 달했지만, 현재 제일병원의 주요 진료과인 산부인과의 간판 의료진이 1월말을 기점으로 대부분 퇴사하게 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단국의대와의 교육병원 협약이 파기됨에 따라 교원직 박탈에 처한 교수급 전문의 대부분이 최근 퇴사했다.


그 중에는 이영애 주치의로 유명한 김문영 교수와 태아유전학연구 권위자 류현미 교수, 국내 최고의 쌍둥이 전문의로 꼽히는 정진훈 교수를 포함해 부인종양학과 권위자 임경택, 김태진 교수 등 스타급 교수진이 병원을 떠났다.


제일병원 한 전문의는 “제일병원을 대표했던 의료진이 대부부분 퇴사한 만큼 아무리 긴급자금이 투입된다 해도 옛 명성만큼 브랜드를 끌어 올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투입자금과 함께 제일병원 진료과를 어떤 비전으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재건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2월 중 구체적인 회생방안이 나오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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