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대법원의 투자자 사전동의권 판례를 근거로 투자계약서 상 지분 양도 시 사전동의권이 승계되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투자자 사전동의권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권리가 양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작성하는 대부분의 투자계약서는 지분 양도 시 사전동의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가 승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수진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는 24일 딜사이트가 '한국 벤처금융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개최한 벤처캐피탈(VC) 포럼에서 대법원 판례 분석을 통해 투자자 사전동의권의 실체적 의미를 확인하고 투자계약 상 사전동의권 설정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했다.
이 변호사는 투자자 사전동의권의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한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서로 다른 판결을 비교분석했다. 지난 2018년 모 기업은 2차례 유상증자를 실행했는데 한 투자자가 사전동의 위반을 이유로 투자금 조기상환과 위약벌을 청구한 사례가 있었다.(서울고등 2023나2029599, 대법원 2021다293213) 이와 관련해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투자자 사전동의권에 대해 서로 다른 법리적 해석을 내놨다.
서울고등법원은 주주평등의 원칙을 근거로 사례 속 투자자 사전동의권에 대해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소수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가 타 주주들과 비교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한 원고가 사전동의권 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에 대해서도 배당가능이익과 별개로 언제든 출자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는 권리라며 계약 상의 허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사전동의권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 실질적 평등의 원리를 적용한 판결을 내렸다. 사전동의권 설정이 표면적으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이러한 차등적 취급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주주에게 회사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는 물론 전체 주주들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투자자 사전동의권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투자자 사전동의권 설정의 유효성을 입증할 법리적 해석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사전동의권 설정이 주식회사의 신주발행에 따른 것이며 이는 이사회 의결사항이라는 점을 근거로 동의권 설정이 타 주주들의 의결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수진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로 투자자 사전동의권이 무조건 유효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판례 속 투자자 사전동의권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문은 사전동의권의 실제 취지를 법리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나 현장과 괴리가 발생하는 지점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사전동의권을 양도 불가능한 채권적 권리로 보고 이에 대한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투자계약서 상 지분 양도 시 권리가 승계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사전동의권 역시 승계 가능하다.
이 변호사는 "실무상 통용되는 대부분의 투자계약에서는 투자자의 지분 양도 시 권리 승계조항을 무조건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권리 승계 시 사전동의권 조항의 승계배제 조항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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