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신라젠이 항암제 후모물질 'BAL0891'의 원개발사가 보유했던 특허 및 권리를 온전히 획득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고형암 임상시험과 적응증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제적 투자에 나섰다는 시장의 평가다. 이번 권리 획득으로 향후 BAL0891의 임상 결과에 따라 신라젠에 돌아갈 이익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라젠은 이달 21일 네덜란드 크로스파이어(Crossfire)가 보유했던 BAL0891의 특허 및 권리를 200만스위스프랑(한화 약 35억원)에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크로스파이어는 BAL0891의 원개발자로 최초 계약에 의하면 향후 개발 단계에 따라 신라젠으로부터 최대 1억72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3005억원)의 마일스톤을 지급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계약 변경으로 신라젠이 BAL0891의 원천 기술과 글로벌 권리를 전액 인수하며 마일스톤 지급 의무를 해소했다. BAL0891은 크로스파이어가 최초 개발하고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가 도입해 개발하던 중 2022년 바실리아가 항암제 사업부문을 철수하면서 신라젠이 도입한 이중 억제 기전 항암제다.
시장에서는 신라젠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계약 조건 변경을 넘어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블록버스터 신약들의 경우 개발 초기 계약에 따른 마일스톤 및 로열티 지급이 상업화 이후에도 큰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글로벌 매출의 일정 비율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와 일본 오노(Ono Pharmaceutical)에 지급하고 있다. 로열티 비율은 회사 간 합의에 따라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매출의 6.5%, 2024년부터 2026년까지는 2.5%로 알려졌다. 작년 키트루다 글로벌 매출은 295억달러(약 43조원)에 달한다. 다른 블록버스터 항암제인 얀센의 '다잘렉스' 역시 매출의 일부분을 원개발사인 덴마크 '젠맙(Genmab)'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다잘렉스 지난해 매출은 16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사례를 봤을 때 신라젠이 35억원으로 잠재적 로열티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한 점은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조치로 분석된다. 나아가 최근 고형암에 이어 급성골수성백혈병(AML)으로의 적응증 확장 임상시험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음에 따라 신라젠 입장에서는 조속한 권리 확보를 통한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한 관계자는 "신약 하나가 상업화 될 경우 매년 대규모의 로열티가 외부로 유출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신라젠이 지식재산권 구조를 선제적으로 정비한 이번 결정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임상 성과만 따라준다면 신라젠은 수익성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복잡한 마일스톤 구조를 사전에 정리함으로써 향후 글로벌 임상 확장과 파트너십 논의에 있어 더욱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며 "BAL0891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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