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에게 인천공항 면세점이 계륵이 되고 있다. 2023년 높은 금액을 써내며 입찰권을 따냈지만 매출과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여객 수에 비례해 올라가는 바뀐 임대료 책정은 객단가 감소 여파로 오히려 이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형국이다.
인천국제공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여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코로나19) 영향이 없던 2019년은 물론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인천공항 출발 여객 수는 913만795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46만3722명)과 비교해 8%, 사상 최대 여객 수를 기록한 2019년 같은 기간(883만9550명)과 비교해 3.4% 확대됐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여객 수는 2019년 기록을 갈아 치우고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출국객 수가 증가하면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면세점도 수혜를 봐야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관광학과 교수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인천공항 출국 여행객 수는 3554만132명으로 2019년(3556만9629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한 반면 면세점 매출은 14조2248억원으로 2019년(24조8586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출국객들이 여행은 떠나도 면세 쇼핑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고환율 여파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최근에도 1400원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달러를 기준으로 결제되는 면세점 특성상 환율이 올라가면 면세혜택 효과가 상쇄된다. 이 때문에 여행객들은 면세 쇼핑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또한 매출은 감소한 반면 임대료는 오히려 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3년 면세사업자 선정 당시 여객 수와 연동한 방식으로 임대료 산정 방식을 바꿨다. 이전에는 입찰 당시 적어낸 임대료를 정액제로 받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여객 수가 늘어나면 임대료도 늘어나고 여객 수가 줄어들면 임대료도 줄어드는 구조로 변경했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임시 매장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어 이 임대료가 100% 적용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정식 매장으로 전환되며 임대료가 여객 수와 연동돼 부과되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입찰 당시 높은 가격을 써내며 부담을 키웠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공개된 입찰 금액을 토대로 올해 1~3월 임대료를 예상해보면 신라면세점의 임대료는 1052억원, 신세계면세점은 1503억원에 달한다. 한 달에 약 300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신라면세점은 DF1(8987원), DF3(2530원) 구역 입찰 당시 최저 입찰가보다 각각 68%, 22% 높은 금액을 써냈다. 신세계면세점도 최저가보다 61%, 35% 높은 금액에 입찰 받았다. 올해 여객 수가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할 때 신라면세점의 연간 임대료는 4097억원, 신세계면세점은 4099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시장 한 관계자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높은 금액을 적어낸 바람에 올해부터 달에 수십억씩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천공항 면세사업 입찰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임대료 부담이 커서 오히려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시내면세점 역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과거에는 인천공항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시내면세점이 수익성을 책임져주며 상쇄효과를 봤다. 하지만 최근 시내점마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들의 이탈로 매출이 급격히 위축됐다. 이에 시내면세점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1월 부산점을 폐점했고, 현대면세점은 오는 7월까지만 동대문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1분기 실적 전망치도 밝지 못하다. 증권가 전망치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66억원의 영업적자와 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시내점 폐점 효과가 직접적인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은 암울하지만 고환율이 한 풀 꺾이고 중국 단체관광객이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가 허용되고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다시 반등할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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