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닮은꼴' 두산밥캣 전철 밟나
"투자자 보호 미흡" 금융당국 엄격한 잣대… 정치권도 압박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11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 축소.(그래픽=신규섭)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 중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두 차례 정정 요구를 받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에 비슷한 논란 끝에 합병을 철회한 '두산밥캣' 사례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공식적으로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이라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룹 재편이나 오너 일가를 위한 작업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말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기재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정정 사유에 대해 "의사결정 과정과 자금 사용 목적, 주주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다"며 기존 정정 사유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두산밥캣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말 합병을 추진했다 철회한 이력이 있다. 당시 두산밥캣은 여섯 차례에 걸쳐 정정 요구를 받은 끝에 결국 자진 철회 수순을 밟았다.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분할 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만든 뒤 합병하려고 했지만, 좌초된 것이다. 합병비율 등 투자자에 미치는 피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이 결정적 이유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M&A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자금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두산밥캣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신사업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유상증자에 앞서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오너 일가의 지분 정리에 나섰다는 점으로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한화오션 지분거래가 승계 문제로 비화하거나 논란이 있었다면 유상증자에 고려를 많이 했을 텐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의) 주가가 팍팍 올라가서 잘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였다"며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를 전혀 다른 의사결정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시장의 의혹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고,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고려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결국 유상증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거나 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금융당국도 최근 들어 유상증자 심사에 한층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자본시장 조성을 위해 증권신고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의 지적이 이어지자 이 원장은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구애없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장자 절차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는 두산밥캣보다 강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당일 13%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기재정정으로 다시 주가가 올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 상승세를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유상증자를 끝까지 진행시킬 의지가 강할 것"이라며 "방산업에 대한 호재가 많아 주가 상승 추세는 이어지고 있어 유상증자에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산밥캣은 지난해 12월 계엄 등 여파로 주가가 하락해 합병을 철회한 배경이 됐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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