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업 한투보험사 인수 추진, 미래·메리츠와 경쟁 본격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과 자산운용으로 대표되는 금융투자업 분야에서 M&A(인수합병)를 수단 삼아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종합금융그룹으로 보기에 증권 관련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보험사 인수 검토를 통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다시 한번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딜사이트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보면서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 역시 가져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보험사 인수를 본격 검토하면서 비은행 금융지주 간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선두 증권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이라는 점에서 미래에셋그룹과는 경쟁 관계로 묶이고 메리츠금융그룹과는 은행 없이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그룹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등 보험사 매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보험사 인수를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보험사를 품에 안은 뒤 비은행 금융그룹 간 경쟁에서 어떤 약진을 보일지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비은행 금융그룹 가운데 보험업 포트폴리오가 없는 곳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국금융투자금융그룹의 자산총액(연결기준)은 지난해 말 기준 109조2202억원으로 메리츠금융그룹(115조5782억원)보다 작다. 미래에셋그룹은 지주사 체제가 아닌 탓에 정확하게 비교하기 어렵지만 2023년 기준 미래에셋그룹의 금융 계열사의 자산총액을 단순 합산한 값은 133조514억원이다.
실제로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 미래에셋금융그룹, 메리츠금융그룹에 대한 전략적 의식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른 두 그룹이 이미 보험사를 기반으로 수익과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는 점을 의식해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한국투자금융그룹과 마찬가지로 금융투자업을 중심으로 외형을 확대하다가 2005년 SK생명(현 미래에셋생명)을 인수하며 보험업에 진출했다. 이후 2016년 영국 푸르덴셜그룹의 한국법인인 PCA생명을 인수하고 변액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보험업 진출 이후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의 투자 역량을 활용한 차별화된 상품 제공으로 미래에셋생명의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해 미래에셋그룹의 주요 금융 계열사 순이익을 보면 미래에셋증권 893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3819억원, 미래에셋생명 1250억원, 미래에셋캐피탈 546억원 등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지주사 체제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연결 실적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보험업에서 출발한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우 메리츠화재가 그룹 전체 순이익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자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만 해도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1조710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한국투자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을 훌쩍 넘는 규모다.
메리츠화재는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인 메리츠증권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전통적 부동산금융 강자로 여겨지는데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거래를 발굴하고 구조화하면 메리츠화재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도 증권사를 보유하고 자산운용 역량을 갖춘 만큼 보험사를 인수했을 때 미래에셋그룹, 메리츠금융그룹과 비슷한 방식의 전략 구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자금 조달 창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그룹 전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나 미래에셋증권처럼 보험사 인수는 그룹 딜 수행 차원에서 유리하며 특히 조달 수단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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