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미국 정치 지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국산 디지털 자산들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정책 실행 지연으로 시장 기대감이 다소 꺾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평가 플랫폼 '애피와'를 운영하는 애피랩은 최근 '트럼프 집권 전후, 미국산 가상자산 성과 분석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트럼프 대통령 재선 직후 미국산 디지털 자산 30종은 글로벌 상위 가상자산 대비 더 높은 평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책 기대감 랠리'는 2025년 들어 주춤한 상황이다. 정책 실행 부진과 규제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 트럼프, 암호화폐 육성 기조 강조…미국산 코인 강세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캠페인 당시 암호화폐 산업 규제 완화와 디지털 자산 육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두고 가상자산 업계는 "트럼프 정부가 사업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미국산 프로젝트 상당수가 글로벌 시장 대비 약 1.5배 이상의 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플(XRP)과 체인링크(LINK) 등 미국 기반 코인들은 '실물 자산 토큰화'나 '국제 결제 인프라 활용' 같은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앞세워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말 XRP·LINK 모두 전월 대비 30%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며, '트럼프 정책 수혜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국산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들이 이처럼 급등한 배경에는 백악관 차원의 규제 완화 발표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자산 서밋 기대 모았지만...정책 지연에 혼선
하지만 기대가 커졌던 만큼 시장 혼란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서밋'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전면 금지 ▲정부 압류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편입 등의 구상이 제시됐다. 당시 가상자산 업계는 이 같은 정책이 세계 최초 비트코인 비축 정부'라는 상징성을 띨 것으로 봤다.
현재 세부 법안과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금도 여전히 관련 정책은 표류 중이다. 백악관 측은 "수익성·안보성 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책 시그널이 오락가락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가상자산 정책보다는 고율 관세 정책이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는 가상자산 초기 상승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들어 미국산 프로젝트들의 상승률은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글로벌 상위 코인들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약 15%가량 감소했다.
◆ 가상자산, 정치 변수에 민감…정책 리더십 중요
보고서는 과거 트럼프 1기(20162021년) 시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각각 1200%, 2500% 상승한 반면, 바이든 행정부 시기(20212024년)에는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초반에도 정책 기대감이 시장을 자극했지만, 실행 지연과 불확실한 규제 환경으로 인해 상승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피랩 측은 "미국의 디지털 자산 정책은 미국산 프로젝트의 신뢰도와 성장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부 변수"라며 "정책 리더십이 글로벌 규제 체계 정비로 이어질 경우, 전체 가상자산 시장도 보다 안정적인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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