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ETF 시장, 개별 종목 부실 관리 '분주'
수는 많지만 개별 규모는 작아…상장폐지·이름 변경 등 관리 들어가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08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2월 31일 지정한 ETF(상장지수펀드) 관리종목 15종.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쳐)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부실한 ETF 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과 시장에서 ETF 상품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사 역시 상장폐지나 재마케팅 등으로 ETF 정비에 나서 눈길을 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 수는 962종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 수(3월 기준) 약 3750종의 25% 수준이다. 미국이 글로벌 ETF 순자산총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ETF 수 역시 상당하다.


그러나 개별 ETF의 순자산총액은 훨씬 적다. 국내에서 순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ETF 수는 1위인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8조9174억원)를 비롯해 전체 36종이다. 순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미국 상장 ETF 수는 약 570종이다.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의 ETF 수도 현재 전체 37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뒤 1년이 지났으면서 신탁원본액 및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인 50억원 미만인 ETF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ETF는 다음 반기 말까지 신탁원본액 및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이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현재 ETF 15종이 지난해 말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6월 말까지 위의 상태가 유지되면 상장폐지될 수 있다. 


관리종목이 아니더라도 거래량이 극히 적은 ETF 수도 상당하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8일 기준 하루 거래량이 10번도 안 되는 ETF 수가 약 30종에 이른다. 국내 ETF 수의 3% 정도는 투자자의 관심을 사실상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ETF 시장 규모가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커졌지만 내실도 그만큼 쌓였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금융당국에서도 이런 상황을 염려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ETF가 난립하는 이유로는 시장 경쟁 심화가 꼽힌다. 공모펀드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성장성 높은 ETF 사업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차별성이 부족한 '테마형' 상품이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잇달아 나오는 일 등이 발생했다.


이런 ETF는 유행이 지나면 규모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한 사례로 올해 1월에 상장폐지된 'SOL 한국형글로벌플랫폼&메타버스 액티브'와 'RISE 글로벌메타버스'도 메타버스 유행을 타고 출시된 ETF였다.


규모가 작은 ETF는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다. 투자자가 이런 ETF를 샀다가 팔려고 해도 거래량이 적어 매도가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을 넣어야 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자산운용사에 소규모 ETF의 상장폐지 또는 정비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해 8월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ETF가 신뢰받는 투자수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에둘러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가 소규모 ETF 정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난해 상장폐지된 ETF 수는 51종으로 전년(14종)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1~3월에 상장폐지된 ETF 수도 9종에 이른다.


자산운용사가 소규모 ETF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이름을 바꿔 재마케팅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3월 말 'KODEX 차이나메타버스 액티브'를 'KODEX 차이나AI테크 액티브'로 바꾸고, 직후 열린 'KODEX ETF 집중 세미나'에 이 상품을 소개하는 섹션도 포함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옥석 가리기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ETF 개발에는 최소 2개월 이상이 걸리는 만큼 자산운용사도 품을 들인 상품을 무조건 상장폐지하는 건 쉽지 않다"며 "지난해 부진했던 중국 테마형 ETF가 올해 2월 중국 AI모델 '딥시크'의 등장으로 반등한 전례도 있는 만큼 '재활용'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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