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투자회사로부터 3조원이 넘는 지분법이익을 거두며 수익성 면에서 호재를 누렸다. 기아를 비롯한 모빌리티 계열사들이 지분법이익 증가세를 이끈 결과로 풀이된다.
◆ 기아, 현대차 지분법이익 '효자'…현대오토에버·현대위아 지분법이익 두자릿수↑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지분법이익은 3조11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지분법이익은 기업이 지분을 투자한 회사의 순손익을 지분율만큼 인식한 금액을 의미한다. 통상 투자회사가 보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이 20% 이상 50% 미만일 때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돼 지분법을 적용하게 된다.
3~4년 전과 비교하면 현대차 지분법이익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분법이익은 2020년 1037억원에서 2021년 1조2786억원으로 1년새 1133% 급증한 뒤 2023년(2조4899억원)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4년 3조원 벽을 뚫었다. 코로나19가 덮쳤던 2020년 당시에는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해 설립한 베이징현대(BHMC)에서만 지분법손실 4986억원을 인식하는 등 악재가 뒤따랐다.
현대차 지분법이익이 3조원을 돌파한 데에는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계열사들이 톡톡히 기여했다. 지난해 기아가 현대차에 안겨준 지분법이익은 3조45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이는 현대차 전체 지분법이익을 웃도는 수준이다. 사실상 다른 투자회사에서 발생한 손실분을 기아가 메꿔준 셈이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위아의 경우 이익 규모 대비 지분법이익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2024년 현대차가 현대오토에버를 통해 인식한 지분법이익은 5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위아로부터 실현한 지분법이익(258억원)도 32% 증가했다.
지분법이익 증가는 현대차 수익 지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분법이익은 재무제표상 영업외수익으로 분류되는데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에 영업외수익을 더한 다음 영업외비용과 법인세 등을 차감해 산출된다. 지난해 현대차 연결 당기순이익은 13조2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 슈퍼널·모셔널 등 신사업 자회사 지분법손실…"미래 기회 확보 위한 투자"
현대차 지분법이익에 신사업 부문이 기여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분야가 대부분으로, 당장의 수익 발생보다는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지난해 슈퍼널로부터 지분법손실 2914억원을 인식했다. 슈퍼널의 지분법손실폭은 1년 전과 비교해 621억원 늘었다. 슈퍼널은 2021년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설립한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독립 법인이다.
현대차 미래사업 주축인 모셔널 역시 지분법손실을 일으켰다. 2024년 모셔널은 현대차에 지분법손실 1211억원을 안겼다. 손실폭은 1년 전과 비교해 803억원 줄었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2020년 합작 설립한 회사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무인 로보택시 사업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미국 투자 법인에서도 1000억원대 지분법손실을 인식했다. 지난해 HMG 글로벌 LLC의 지분법손실은 1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6억원 늘었다. HMG 글로벌 LLC는 현대차가 미래 신사업 분야 투자 및 관리를 목적으로 미국 델라웨어에 설립한 투자 법인이다. 산하에 현대차 자회사이자 미국 로봇공학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HMG 글로벌 LCC가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율은 53.17%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미래를 대비한 신사업 투자에 계속해서 무게를 실을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난달 총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에 슈퍼널·모셔널·보스턴다이내믹스 사업화가 중점 과제로 담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해당 신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에 63억달러(약 9조282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 티어(Top Tier)'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토대로 미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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