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의 유통주식수가 20% 밑으로 떨어졌다. 쏘카 대주주인 이재웅 전 대표가 장내매수 뿐 아니라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시중 물량을 말 그대로 '싹쓸이'하고 있어서다. 이 전 대표는 지분 확대 목적으로 '책임 경영 강화'를 꼽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쏘카 경영권을 절대 사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분석하고 있다.
◆ 에스오큐알아이, 쏘카 주식 공개매수…표면적 사유 '책임경영'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쏘카 최대주주이자 이 전 회장이 지배하는 에스오큐알아이는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총 17만1429주(발행주식총수의 0.52%)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에스오큐알아이는 목표 주식 전량을 확보했으며, 지분율은 종전 19.2%에서 19.72%로 상승했다.
에스오큐알아이는 공개매수 이유에 대해 현 경영진의 경영권 안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쏘카의 사업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에스오큐알아이는 공개매수 개시 하루 전인 3월13일 기준 종가 1만4210원보다 23.15%의 할증을 붙였으며, 총 30억원 가량을 지불했다.
표면적으로 에스오큐알아이의 주식 매입은 2대주주인 롯데렌탈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롯데렌탈은 2022년 쏘카 주식 11.79%를 최초 취득하며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롯데렌탈은 2023년 8월 쏘카 2대주주였던 SK㈜가 보유하던 이 회사 주식 17.91%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주식의 소유권 이전은 지난해 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며, 현재 기준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율은 34.64%(1137만7938주)가 됐다.
롯데렌탈이 쏘카 2대주주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기 전, 에스오큐알아이와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35.66%였다. 롯데렌탈이 예정대로 주식을 모두 취득할 경우 양측의 지분 격차는 1%대 수준까지 줄어들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주주 측은 롯데렌탈을 향한 '맞불작전'에 돌입했다.
실제로 쏘카가 상장할 당시 이 회사 지분율이 0%이던 이 전 대표는 2023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개인 돈 6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쏘카 지분율을 10%에 근접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박재욱 쏘카 대표도 주식 추가 매입에 나섰을 뿐 아니라 이 전 대표 측이 섭외한 펀드들도 새 주주로 등장했다. 그 결과 이 전 대표 측의 쏘카 지분율은 이날 기준 45.43%를 기록했고, 롯데렌탈과의 지분 격차는 10.79%까지 벌어졌다.
◆ 대출 받아 주식 매입·웃돈 주고 0.5%만 확보…경영권 사수 의지 표현
눈길을 끄는 부분은 쏘카 대주주 측의 자금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에스오큐알아이는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쏘카 주식 80만9171주(2.5%)를 담보로 5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차입 기간은 15개월이며, 금리는 6.2%다. 해당 대출을 포함해 대주주가 대출 목적으로 담보 제공한 쏘카 주식 수는 30.3% 가량이며, 대출 규모만 337억5000만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해당 대출의 이자비용만 1년에 20억원이 넘는다.
이 전 대표가 공개매수한 주식 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점을 두고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가용 가능한 현금이 충분치 않은 영향도 부정할 수 없지만, 대외적으로 경영권을 쉽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 전 대표가 쏘카에 가지는 애정이 유독 남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이 전 대표는 2020년 쏘카 대표직에서 내려왔는데, 자의적인 결정이라기 보다 불가피한 대외적 이슈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당시 쏘카는 타다 사업부문을 분할해 독립 기업으로 출범시킬 계획이었지만,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이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최측근을 쏘카 이사회 구성원으로 지속 참여시키는 이유도 경영 개입을 위한 의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가 물러날 당시 후임자로 점찍은 박 대표는 쏘카 주주인 브라보브이파트너스의 핵심 주주다. 또 올해 3월 선임된 윤자영 기타비상무이사의 경우 옐로우독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옐로우독은 이 전 대표가 설립한 벤처캐피탈(VC)이다.
문제는 롯데렌탈을 인수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잠재적인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피니티가 국내 렌터카 업계 1, 2위 업체를 나란히 품으며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완전히 굳히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지난달 11일 장외매수로 호텔롯데와 부산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5792억원에 최종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SK네트웍스 자회사였던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어피니티가 쏘카 경영권에도 눈독을 들일 가능성을 거론한다. 쏘카의 국내 카셰어링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데다, 롯데렌탈의 카셰어링 사업 지카(옛 그린카)와 합병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전 대표 측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추후 경영권 분쟁 이슈를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쏘카 주식수에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어피니티의 쏘카 경영권 위협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 쏘카가 품절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 이슈가 더해질 경우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 경우 어피니티가 부담해야 할 비용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측은 이미 10% 가량의 지분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소수 지분를 웃돈을 주고 매수했다"며 "쏘카의 경영권 사수를 위해 소수 지분이지만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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