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후판가격 협상과 공정경쟁
중국산 반덤핑 관세 부과, 국산 가격경쟁력 제고…철강·조선사 상생 기대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1일 08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제공=HD현대중공업)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고환율과 중국산 후판(선박 건조용 철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중국산 후판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일찍이 관세부담 회피 전략을 고민했고 이제는 국산 후판의 가격이 더 낮기 때문에 중국산을 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최근 만난 조선사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가 최근 중국산 후판에 27.91~38.02%의 잠정 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조선사들은 크게 동요 없이 선박 건조에 매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철판으로 선박 외장재로 주로 쓰인다. 


국내 조선사의 중국산 후판 비중은 전체 사용량의 15~25% 사이였다. 중국은 국산에 비해 20%가량 저렴하게 후판을 팔았다. 그런데 고환율, 반덤핑 관세 예고에 조선사가 저가 후판 대신 국산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저마다 중국산 비중 축소 목표치를 설정한 것은 아니지만 고환율 속 관세가 커지면 가격경쟁력을 잃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간 중국내 철강 수요 둔화로 우리나라에 많은 물량이 더 저렴하게 들어왔고 그 결과 국내 철강사의 실적 하락폭은 가팔랐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47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3%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영업이익 3144억원으로 60.6% 줄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달라며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기재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1~2개월 내로 관세가 부과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확대됨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상황이 이러니 중국산 수입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수치는 곧 나타났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로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13만2932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4% 감소했다. 비로소 덤핑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고 공정경쟁 환경이 조성됐다. 철강사도 한숨 돌렸다. 


자연히 조선사와 철강사간 후판 가격협상으로 시선이 쏠린다. 양측은 매번 후판 가격을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인다. 조선사가 중국산 후판 사용을 줄이고 있는 데다, 조선업 호황기 진입으로 국산 후판 가격 상승이 점쳐진다. 


물론 후판값이 오른다면 이를 구매하는 조선사 입장에선 결코 호재가 아니다. 후판 구매비용은 전체 생산 원가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심지어 과거 장기불황 때는 치열한 수주경쟁 탓에 후판값 인상분을 선가에 적기 반영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조선소를 놀리지 않으려면 원자재 값이 뛰어도 저선가, 저마진 선박을 건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의 가격협상력이 높아 후판값 상승분을 선가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철강사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조선사가 무조건 양보해야 할 일도 아니다. 철강과 조선은 전후방 산업이라는 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매번 그랬듯이 결론을 내고 협상을 마무리 짓겠지만 비로소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한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협상으로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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