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증권사'초대형IB 답보' 하나증권, 재무·인사 새 단장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목표로 초대형 투자은행(IB)과 발행어음,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에 도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종투사 제도 정비부터 IMA 사업자의 인가 가이드라인을 밝히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증권사들은 태스크포스(TF) 마련 등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증권사별 전략과 강점을 살펴보고 인가에 걸림돌이 되는 대주주 적격성·내부통제 이슈 등 리스크 요소도 점검해 본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하나증권은 금융위원회에 초대형 투자은행(IB) 신청서를 2023년 제출했지만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초대형 IB 인가는 답보 상태이지만 하나증권은 최근 기관 제재 리스크를 해소시키고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IB그룹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키면서 초대형 IB 인가를 따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셈이다.
다만 자산건전성 악화는 하나증권의 약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지정을 위해 증권사의 자기자본 조건 외에도 재무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내부통제시스템 마련 등을 주로 심사하고 있다. 하나증권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규모 확대로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IB그룹의 전략 강화에 집중하면서 최근 신임 IB그룹장에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배치했다. 정 그룹장은 2017년 삼성증권이 초대형 IB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참여했던 인물이다. 초대형 IB 인가가 필요한 하나증권의 IB 그룹장으로는 적임자인 셈이다.
인프라·인수금융 부문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프라대체금융·투자금융 본부장을 맡은 신명철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금융당국은 최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편에서 모험자본의 공급 확대를 핵심으로 짚었다. 하나증권의 인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개편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 제재 관련 리스크가 해소된 점도 긍정적이다.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불법 자전거래와 관련한 징계심의 결과가 확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영업정지 처분 등을 담은 제재 의견을 냈지만 금융위원회 최종 심의 결과, '기관경고'로 제재 수위가 두 단계나 낮아졌다. 올해 초대형 IB 인가 심사를 앞두고 영업정지 처분을 피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초대형 IB 진입은 강성묵 대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강 대표는 첫 임기에 실적 턴어라운드라는 성과를 거뒀다. 두 번째 임기를 이어가는 강 대표는 초대형 IB 진입을 통해 사업 다각화, 수익성 확대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이미 초대형 IB 및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를 거의 마쳤다는 입장이다. 자기자본 요건은 물론 업무 수행을 위한 제도, 시스템, 인력 등의 준비도 마무리 단계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인가 즉시 업무 개시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발행어음 인가 시 안정적인 조달 채널과 폭넓은 영업 노하우로 초대형 IB로의 성장 지속,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금융그룹 내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산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면서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심사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재무건전성 확보, 대주주 적격성,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 등의 조건을 갖춘 증권사가 금융당국 심사를 통해 인가를 받을 수 있다. 하나증권의 자기자본금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5조9904억원으로 이미 요건을 맞췄다.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2022년 말 4.6%에서 2024년 9월 말 기준 17.4%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경쟁 증권사 평균치인 9.8%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는 해외부동산과 대체투자 자산의 부실 위험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전체 자산 중 해외 자산 비중은 59.3%,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는 자기자본의 72%인 4조3000억원 규모다.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23년 3분기 기준 400억2500만원이었던 고정이하여신은 2024년 3분기 1318억 7400만원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최근 홈플러스가 밝힌 금융권 채무 1조4000억원 중 하나증권도 약 500억원의 담보대출을 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신탁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어 기업회생절차에도 자금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홈플러스가 신탁자산 공매 시기를 미루는 경우 자산회수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회수 시기에 따라 요주의이하자산 분류 등 회계상 악영향이 따를 수 있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당국이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하나증권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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