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주주 여러분의 우려를 알고 있다.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삼성전자가 19일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서는 각 사업 부문장들의 '사과'가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주주들은 '5만 전자' 현실을 질타하며 구체적인 주가 제고 방안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삼성전자 사장단은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피력했다.
이날 한 주주는 "주주가치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는데 작년까지 7~8만원까지 하던 주가가 5만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머물러 있다. 어떻게 주가를 올릴지에 대한 대책을 설명해 달라"고 물었다. 또 다른 주주도 "외부에서 삼성전자를 바라볼 때 가장 첫 번째 문제가 바로 주가"라며 "사장단들이 봤을 때 주식시장에서의 부진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경영진들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부회장은 "당사는 지난 한 해 변화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제품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주가도 시장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주가 회복의 확실한 열쇠가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이를 회복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끌어 올리겠다"고 답했다.
인수합병(M&A)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질타도 나왔다. 이에 한 부회장은 "미래 성장력 확보를 위해 M&A를 추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올해에는 보다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국가 간 이해 관계가 복잡해 M&A가 어렵지만 관련 조직을 갖추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 주가가 빠진 이유는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며 구제척인 납품 계획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이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은 "사실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부문의 성과에 많이 좌우되고 있다"며 "주가 부진으로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HBM 시장의 트렌드를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지만 조직 개편이나 기술 개발의 토대는 마련했다. 현재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품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빠르면 올해 2분기, 늦으면 하반기에는 HBM3E 12단으로 빠르게 D램 시장을 AI로 전환하고 고객 수요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해에 다가올 신시장인 HBM4와 커스텀 HBM에서는 HBM3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하반기 양산 목표로 차질없이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사업부 외에 함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도 주주들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한 주주는 "대만 TSMC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줄고 있다. 적자폭을 줄이고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실행 전략이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많은 공정 중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로 양산하는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선단 노드에서도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단노드에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수율을 최대한 빨리 올려 수익성을 올리는 게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사들은 로직 웨이퍼뿐 아니라 메모리 기술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다. 그러나 그 잠재력을 고객과 시장에게 충분히 어필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새로운 설계의 트렌드 변화에서 경쟁력 있는 요소 기술을 확보한다면 새로운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주주는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엑시노스2500은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S25에 탑재되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연산기능을 하는 요소 기술이 중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만큼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다가오는 멀티모달 온디바이스(AI)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도체외에도 스마트폰, 가전 부문 사장단들은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 사장은 "가장 개인화된 AI 경험을 제공하기 위헤 퍼스넬 데이터 엔진을 활용하고 사용자 특색에 맞는 AI 솔루션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 부회장도 "AI를 활용해 가전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삼성전자 가전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디바이스경험(DX) 사업과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에 대한 2025년 사업의 청사진도 제시됐다.
삼성전자 사업의 핵심이라 불리는 DS 부문에서는 성장성과 수익성 강화에 집중해 기술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다짐이 나왔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대한 많은 주주들의 우려를 알고 있다. DS 부문은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서 찾고 올해를 근원적인 경쟁력 제고의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성장성과 수익성, 두 가지 축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HBM 생산 확대와 커스텀 HBM 준비 등 고수익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시스템반도체부문도 AI, HPC, Auto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수익 매출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다.
DX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AI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도 AI 발전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삼성만의 차별화된 AI를 담아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TV, 가전, 모바일, 사물인터넷(IoT)전 제품에 AI를 적용하고 이를 연결해 더욱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미래 먹거리로는 로봇 개발과 메드테크 사업을 뽑으며 향후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과 정밀의료를 포함한 토탈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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