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치 일감 쌓인 삼성重…컨테이너선은 'Zero'
수주물량 LNG선에 쏠려…선종 다변화 필요성 확대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2일 09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 2024년 9월 기준 수주잔량.(그래픽=신규섭)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삼성중공업이 고부가가치선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으로 일감을 쌓고 있다. 올해 54억달러(74조4000억원) 규모의 수주액을 확보하며 4년치 수주 곳간을 채운 것이다. 다만 올 들어 컨테이너선 수주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선종 다변화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현재는 LNG선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 일감 걱정이 없는 상황이지만 상황이 급변할 경우 또다시 일감 고갈에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선박은 LNG선 21척, 초대형 암모니아선 2척, 셔틀탱커 1척 등 총 24척으로 54억달러 규모다. 수주잔량(남은 일감)은 319억달러로 연초 332억달러 대비 13억달러 감소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상선 중 컨테이너선 일감만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은 지난해 말 77억달러에서 올해 9월 55억달러로 22억달러 빠졌다. 이는 올 들어 단 한 척의 컨테이너선도 수주하지 못한 결과다. 한화오션이 지난 10일 유럽지역 선주를 대상으로 LNG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고, HD한국조선해양이 컨테이너선 22척 계약을 따낸 반면 삼성중공업은 지금껏 전무한 상태다. 


일각에선 삼성중공업이 여러 척의 LNG선 계약을 따낸 만큼 컨테이너선 수주가 없더라도 일감 걱정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LNG선이 컨테이너선에 비해 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선으로, 제한된 도크(선박 건조장)에서 같은 선종을 건조하면 효율성이 높아지기에 LNG선 수주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의견은 LNG선 발주 시장이 호황이 지속 이어져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조선업 특성상 선종에 따라 발주시장 경기 싸이클이 다르게 돌아가는 까닭이다. 더욱이 중국이 도크 확장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독식하고 있는 만큼 LNG선에만 치우치면 장기적으로 컨테이너선 수주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아울러 LNG선은 컨테이너선에 비해 후공정 기간이 길다. 조선사는 도크의 사용기간을 줄여 선박을 빠르게 건조하는 것이 경쟁력이니 만큼 단일선종 주력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반응이다.


실제 올해 발주된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는 모두 중국 조선사로 향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발주된 2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총 20척이며, 이중 절반은 중국 헝리조선(2만1000TEU급, 10척)으로, 나머지는 장수한통중공업(2만1000TEU급, 10척)이 수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NG선 용선 운임이 하락하고 있어 내년 LNG선 발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LNG선 다음으로 국내 조선사 도크를 채울 다른 선종의 수주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2만TEU급 컨테이너선이 한국과 중국으로 나눠 발주되지도 않고 모조리 중국 조선사로 넘어간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도 "현재 중국의 컨테이너선 기술력이 한국을 많이 쫓아왔고 국내 조선업계 원가 상승으로 컨테이너선 수주경쟁력이 중국보다 더 높다고 하기 어렵다"며 "미래 지향적 방향으로 보면 수주물량이 LNG선에 몰리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삼성중공업이 유독 LNG선 수주에 집중하는 것은 수익성 악화를 회피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6조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고, 8년 만인 지난해에야 233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즉 삼성중공업이 최근 몇 년간 LNG선 수주가 이어지며 해당 선박에 최적화 된 건조 환경을 조성한 만큼 타선종으로 눈을 돌릴 경우 수익성 저하 우려가 따를 것으로 판단해 컨테이너선 수주를 등한시 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신조선 수주를 위해 FLNG(해양플랜트) 등 프로젝트 협상을 진행 중으로 올해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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