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최근 회사채 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휴가철(7~8월) 이전에 회사채 발행에 나서겠다는 기업이 늘면서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포스코그룹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3월 장인화 회장 취임 후 포스코그룹이 조달 전략을 수정하고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채자본시장(DCM) 일반 회사채(선·후순위채) 총 발행액은 37조9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33조5660억원 대비 13.0% 증가했다.
연초효과와 더불어 회사채에 대한 시장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다.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간 금리차)가 좁혀진 영향이다. 통상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좋아져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총선(4월) 직전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발행사들의 높은 회사채 발행 니즈도 채권 발행 규모 확대에 한몫 거들었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대기업 그룹들은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5조6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그룹 외에도 ▲LG그룹(3조7700억원) ▲롯데그룹(3조340억원) ▲한화그룹(2조530억원) 등이 대규모 회사채 발행 행렬에 동참했다.
눈길을 끄는 건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포스코그룹이 여전히 관전모드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포스코그룹은 회사채 시장에서 이슈어 그룹으로 꼽혀온 만큼 이례적 행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포스코그룹은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의 경우 단 한 것으로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가 15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게 전부다. 다른 대기업 그룹사의 계열사가 활발한 발행 기조를 보인 것과 상반된 기조인 셈이다. 작년 회사채 시장을 세 차례나 방문했던 포스코퓨처엠 역시 올해 자취를 감췄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기준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의 분석은 다르다. 장인화 회장이 취임한 후 자금조달 계획에 다소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포스코의) 재무라인이 변경된 데다 조달 한도를 조정하는 등 내부적인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재무전략과 조달전략을 전면 수정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지주사를 제외한 포스코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만기 도래 채무 규모도 상당한 데다,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400억원, 1200억원의 만기도래 채무 일정이 있는 데다, 중단기 투자 부담이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포스코인터내셔날 역시 올해 2800억원 가량의 만기도래 채무 일정이 있는 데다, LNG 관련 인프라 증설과 신사업 경쟁력 확충을 위해 지난해부터 5조원 내외의 금액을 투자할 계획을 고수하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조달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추가적인 자금 확보 없이 현재 쌓아둔 유동성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연내 회사채 발행 계획 또한 철수하는 방향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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