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 첫 재판, 檢 증거 인정 여부 관건
11명 증인 신청 놓고 檢-변호인단 신경전 '팽팽'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18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출석하고 있다(사진=김가영 기자)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항소심이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본격 문을 열었다.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적용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이 뒤집힐지 여부가 관심이다. 검찰은 공장 바닥을 뜯어 가져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백업 서버 등이 증거인정을 받지 못한 만큼 2심에서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가 유죄 인정의 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1심과는 달리 외부감사법 위반의 쟁점을 먼저 진행하고 이를 위해 11명의 증인을 내세워 1심 판단의 부당함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11명의 증인이 직접 사건을 경험한 적이 없어 증인으로 부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3년 5개월 동안 이어져 오면서 쟁점에 대한 공방이 충분히 이뤄졌고 19개 혐의 모두 무죄가 나온 만큼 뒤집힐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27일 오후 3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의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들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추후 증거조사 계획, 혐의 입증 계획 등을 논의하는 절차로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들의 법정 출석 의무가 없다. 이날 재판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준비기일에 앞서 검찰 측은 지난 3월 1300페이지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원심 판결은 재벌들이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계열 회사를 합병해도 되고 그 과정에서 수조원 상당 분식회계를 저질러도 된다는 부당한 선례를 남겨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항소심의 경우 1심에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나온 만큼 검찰 측에서는 2심에서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우선 주요 증거자료의 증거 인정 여부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9년 5월 공장 바닥을 뜯어 은닉된 18테라바이트(TB) 서버와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바이오로직스 회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또 이번 항소심에서 검사 측은 2000개가 넘는 증거를 새로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한 자료의 선별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증거 능력을 모두 부정했다. 삼성 측에서도 혐의와 관련한 자료만 추려 압수하지 않고 통째로 서버를 압수한 것은 절차상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검찰은 이번 항소심에서 증거자료가 위법 수집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고 어떤 절차로 입수한 것인지에 대해 적극 소명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자료에 대해 백업 서버에 있는 68개 폴더 중 회사 직원과 변호사 참관 하에 사건과 관련 있는 12개를 선별해 압수했다고 반박할 전망이다. 압수된 전자정보는 파일개수 기준 전체의 11.48%에 불과하다고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은닉됐던 대규모 자료가 한번에 발견되고 저장 매체까지 압수가 필요한 경우, 도대체 어떠한 방법으로 선별 절차를 거쳐야 적법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형식적이고 단편적인 논리만 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얻은 증거도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항소심에서 다시 받아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고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법인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두 회사를 무리하게 합병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1심에서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삼성그룹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을 먼저 진행했고 이후 전문적인 회계 기준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쟁점이 나중에 진행됐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는 외감법 위반 여부에 대해 먼저 진행할 계획이다. 또 자본시장법·회계 전문가 등 증인 11명을 신청할 방침이다. 증인 신청 대상에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손혁 계명대 회계세무학부 교수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적극 반발했다. 이미 1심에서 회계 기준 관련해 증인들의 진술 조서가 증거로 채택됐고, 사건을 고발한 증권선물위원회 박재환 교수는 증인으로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 측 증인이 채택된다면 변호인 측에서도 증언 내용을 반박하기 위한 증인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의 주된 항소 이유는 원심 판단에 사실 오인이 있다는 부분이고, 증인 상당수가 이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닌 전문가라는 사람"이라며 "회계처리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검찰 의견을 뒷받침해줄 증인을 신문하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강진 부장판사 역시 "새로운 증거가 아니고 1심에서 조사되지 않은 것이 아닌 만큼 (검찰이 신청한) 증인을 부르는 취지는 형사 소송 규칙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라며 "그럼에도 증인이 필요하다면 추가로 소명을 해야 긍정적 고려가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증인신문은 ▲1심에서 증인 신청을 하지 않은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증인신문으로 인해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않는 경우 ▲1심에서 이미 신문했으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 부득이하게 다시 신문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항소의 당부 판단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백 부장판사는 "회계 관련 전문가, 외감법 전문가가 모두 나올 때까지 증인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냐"며 학자들 사이 의견이 대립한다면 굳이 출석할 필요 없이 전문가 의견서만 받아도 될 것 같다"고 지적하며 검찰에 증인신청 필요성에 대한 추가소명을 요청했다.


한편 재판부는 기록 검토와 의견서 제출 등을 명한 후 다음 기일을 7월 22일로 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준비 절차를 종결하고 본격적으로 심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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