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PF 리스크 전망]
경제뇌관 우려…사업장 옥석가리기 관건
①PF대출 134조원…연체율 매분기 급등, 건설사 유동성 불안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8일 11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뉴스1 제공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연초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부터 점차 수면위로 올라와 지난해 줄곧 아슬아슬한 국면을 이어갔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리 상승이 지난해 어느정도 마무리되긴 했지만 단기간 상승한 금리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해 건설경기의 회복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PF우발채무의 충격이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수준으로 커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의 지원책과 더불어 건설사들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노련하게 현재의 위기를 버텨내고 있어서다.


◆ 눈덩이처럼 불어난 PF보증액…올초 30조원 예상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PF대출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2년9개월만에 41조8000억원(45.2%) 급증했다. 부동산 PF 규모는 ▲2020년말 92조5000억원 ▲2021년말 112조9000억원 ▲2022년말 130조3000억원으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크게 늘었다.


(자료=금융위원회, 단위 : 조원, %, %p)

문제는 연체율도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고금리·고물가 기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시장이 침체로 돌아선 결과다. 연체율은 2020년 말 0.55%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올라갔다. 연체 잔액 기준으로는 3조원대에 달한다.


특히 상호금융회사의 연체율이 많이 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상호금융의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1%에서 2분기 1.1%, 3분기 4.2%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PF대출잔액이 늘어난 만큼, 건설사들의 PF 보증금액도 함께 급성장했다. 한국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을 보유한 상위 16개 건설사의 PF 보증금액은 2021년 2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28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꾸준한 증가세를 감안한다면 지난해 말 30조원의 문턱을 넘어섰을 가능성도 있다.


PF보증이 늘어난 영역은 정비사업보다는 도급사업이 크다. 2022년 말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약 9개월간 정비사업 PF보증액은 그대로인 반면, 도급사업 부문의 PF보증액은 17조4000억원에서 19조6000억원으로 2조20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토지확보와 미분양 리스크가 적은 정비사업보다 사업지별 사업성 편차가 큰 도급사업장의 리스크를 시행사와 함께 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각 도급사업장에서 시공사의 채무인수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에서 등급을 보유한 상위 14개 건설사의 순차입금도 최근 2년 사이 급증했다. 코로나 초입인 2021년 이들 건설사의 순차입금은 1조4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2년 8조5000억원까지 늘었고, 지난해에는 10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PF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위기 사업장의 수익성을 높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의 실효성 있는 지원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세제 및 금융지원,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을 통해 위기 사업장의 사업성을 높여주고, 그것이 불가능한 사업장은 PF정상화지원펀드와 국토교통부가 운영하고 있는 토지은행 등을 활용해 신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시장안정 프로그램 지원…개별 건설사 리스크 한정


일각에서는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비롯한 PF리스크 여파가 과거와 같은 대규모 차환 리스크로 전이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기존 시장안정 프로그램(회사채·CP매입, P-CBO 등)과 채안펀드 증액 조치가 진행 중이고, 기업들도 과거대비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역시 과거 대비 다양한 자금조달 채널을 넓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2008~2010년 발생했던 PF차환 리스크와 비교한다면 현시점에서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8년 말 당시 상장 건설사 기준 PF대출잔액 규모가 41조5000억원이었다. 이후 2009년 1분기 PF대출잔액 규모는 35조6000억원으로 3개월만에 크게 감소했다.


그 배경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자금 융통의 어려움과 유사 경험 부족으로 인한 대처 미숙 등을 제시했다. 현재도 건설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와 상황이 반대다. 당시 금리는 하락추세였지만, 최근은 상승에서 점차 안정형태로 바뀌면서 추가적인 PF대출 증가세를 억제했고, 정부 지원책이 뒷받침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개별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진단하면서 그 이유로 과거와 다른 사업환경과 사업성이 낮은 현장을 꼽았다. 특히 건설사들은 2008~2010년 대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상승 여파로 인해 현금유출 우려가 내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평가했다.


◆ PF위기 교훈…"엄격한 사업성 검토·관리 필요"


부동산업계는 이번 태영건설 사태로 인해 과거 금융위기처럼 경제 생태계 전반이 무너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결과이지만, 과거 대비 자금 조달의 통로가 다양해졌고, 기업들도 리스크를 분산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태영건설이 촉발한 PF위기를 통해 향후 건설부동산 시장의 엄격한 사업성 관리가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현재 태영건설을 비롯한 건설사 중심의 리스크 진단 보다는 시행사의 추진 사업에 대한 사업성 검토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태도 건설사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시행사가 개발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함께 보증을 선 시공사로 채무부담이 전이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이런 PF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해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예전보다는 훨씬 보수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여진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에는 시행사들도 자기자본 비율을 더욱 엄격하게 살펴보고 사업을 추진하는 분위기가 자리잡힐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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