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산적'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무산설 '솔솔'
태영건설·HMM·아시아나항공 등 구조조정 시급…여소야대 정국, 동력 약화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14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본점 전경. (제공=산업은행)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신중론을 강조했던 야당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탓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이슈 이외에도 태영건설 워크아웃, KDB생명·HMM 매각 등 풀어야 할 기업 구조조정 과제도 산적해 있는 만큼 산업은행 내부적으로도 본사 이전에 역량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해오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1대 국회 임기가 다음달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폐기될 분위기 탓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방침이지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산업은행의 필수 조직만 제외하고 본사의 100%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공약으로 2022년 5월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이후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했다.


또한 산은 동남권 조직을 확대하는 등 절차를 밟아왔으나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크게 패해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국민의힘의 동의만으로는 산업은행법 개정이 더욱 통과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정치적 논리 외에도 기업 구조조정 등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역량을 기업 구조조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다.


우선 산업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무사히 마쳐야 한다. 최근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채권단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대주단 사이의 조율을 원활하게 이뤄내야 한다. 채권단은 PF 사업장 16%를 청산하기로 했는데 후순위 채권단은 채권 전액을 상각해야 할 수도 있어 PF 정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단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추진 중인 기업들의 매각도 줄줄이 실패하면서 산업은행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HMM 매각에 실패하면서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의 HMM 지분율은 각각 29.2%, 28.7%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보통주 전환을 앞둔 영구채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매각이 더 어려워진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HMM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이들의 지분율은 71.7%까지 올라간다. 매각 걸림돌로 거론되는 높은 몸값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더해 KDB생명도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직접 자회사로 편입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은이 적자에 빠져 있는 KDB생명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진행도 문제다. 각국이 합병 승인을 쉽게 내주지 않아 문턱을 힘겹게 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항공당국이 대한항공에 티웨이항공의 프랑스 취항이 협정 위반이라는 의견을 표하면서 합병 승인 조건을 불허할 뜻을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며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야당 의원을 전방위적으로 만나 산업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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