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경영 3막
부랴부랴 뺀 친족회사, 대기업지정 해지 목적?
⑤20개사, 독립경영 인정받아 제외…자산 5조 밑으로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17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삼표그룹이 지난 4월 준대기업집단에 지정 된 직후 친족회사 20개를 계열분리한 것을 두고 재계가 설왕설래를 이어지고 있다. 이들 회사가 삼표그룹과 별개의 사업을 벌이는 만큼 분리에 대한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그룹 자산이 5조원 아래로 축소되며 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여지도 남겼단 점에서다.


삼표그룹 계열사 수는 준대기업집단 지정 당시 50개에서 다음 달인 5월 말 기준으론 30곳으로 줄었다. 일산실업과 소모그룹(소모비전, 소모이앤티, 소모아이알), 케이아이티 등 친족회사 20곳이 친족독립경영에 따른 계열분리를 신청, 공정위가 이를 승인한 결과다.


재계는 공정위의 판단이 일견 합리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분리된 회사 대부분이 결혼관계로 엮여 있을 뿐 사업적 연관은 극히 적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계열분리된 회사 가운데 일산실업과 청암산업 등은 정도원 삼표 회장의 장인인 故 이상순 일산실업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곳이다. 회사의 주력사업 또한 주정제조, 체육시설 운영, 부동산 등 시멘트·레미콘·물류가 주력인 삼표그룹과 결을 달리한다.


소모그룹의 경우 삼표와의 연관성은 더 적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그룹은 청암산업 최대주주 이재환씨의 사위인 신승종 소모비전 대표 등 신씨 일가가 이끌고 있는 곳이다. 일산그룹과 마찬가지로 영위 사업이 전자기기 및 주유기 제조, 렌즈 판매로 삼표와는 거래관계가 전무했다. 이밖에 일산·소모그룹과 같이 계열분리된 IT 업체 케이아이티는 故 이상순 회장의 3녀 이경미씨의 남편인 허준호씨가 운영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삼표그룹 관계자 역시 "독립경영을 입증했기 때문에 공정위로부터 계열분리를 승인 받은 것"이라며 "친족회사와 당 그룹 간에는 어떠한 내부거래(특수관계자간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삼표그룹이 단순히 사업관계를 이유로 친족회사 분리에 나선 게 아니란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20개 계열사가 빠지면서 작년 말 기준 5조2260억원 수준이었던 그룹 자산총액이 6.1% 감소하면 5조원 미만(4조9250억원)으로 떨어져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긴 그룹사는 공정위로부터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된다. 해당 그룹은 이후부터는 내부거래를 포함해 이사회 의결사항이나 오너일가의 주식보유 등을 지속 알려야(기업집단현황공시)할 의무가 생긴다. 과거보다 시장이나 규제당국인 공정위의 감시망이 촘촘해지는 터라 오너 입장에선 대기업집단 지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특히 삼표는 오너 2-3세 간 승계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에스피에스엔에이, 엔알씨 등 오너회사의 내부거래율도 높아 대기업집단서 해지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삼표그룹이 미리 친족회사를 계열분리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논리에 힘을 싣는 재료가 됐다. 일산실업과 케이아이티 등은 2021년부터 삼표그룹사로 지정돼 있었는데 이를 2년 간 방치하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올 들어 부랴부랴 떼어낸 까닭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삼표 경영 3막 5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