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AI 동맹에 'All In'…LLM 키우기 집중
지난해 2월 '사피온' 시작으로 코난 등에 2000억원 이상 투자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5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I 반도체 '사피온 X220' (출처=SK텔레콤)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SK텔레콤이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장에서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AI 기업은 물론 경쟁 관계인 글로벌 통신사들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일찌감치 AI 시장에 진출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SK텔레콤은 다양한 국내외 AI 기업들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AI 영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SK텔레콤을 중심으로 AI 동맹을 구축해 힘을 키우는 모습이다. 


◆ AI 기업에 2000억원 베팅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을 비롯해 코난테크놀로지, 스캐터랩, 엔트로픽, 페르소나AI 등 다수 AI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투자 금액만 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AI 컴퍼니'로 전환을 선언한 이후 AI 동맹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자본력과 기술력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는 판단 하에 다른 AI 기업들과 힘을 합치는 합종연횡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우선 SK텔레콤은 지난해 1월 SK스퀘어,  SK하이닉스와 함께 약 800억원을 출자해 미국법인 '사피온'을 설립했다. SK텔레콤은 3사 중 가장 많은 500억원을 투자해 사피온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당초 SK텔레콤에서 분사한 사피온은 AI 반도체 설계기업이다. AI 반도체 기술 실증을 넘어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목표로 출범했다. 사피온은 연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AI 반도체 'X330'을 출시할 예정이다. X330은 전작인 'X220' 대비 성능이 4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국내 AI 기술 기업 코난테크놀로지 지분 20.77%를 224억원에 인수했다. 지분 23.9%를 보유한 김영섬 코난테크놀로지 대표에 이어 2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자연어를 처리하는 '텍스트 AI'와 영상을 분석하는 '비디오 AI'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코난테크놀로지의 검색 기술과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에이닷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AI 에이전트 '이루다'로 유명한 스캐터랩과 손을 잡았다. SK텔레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스캐터랩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스캐터랩은 사람처럼 친근한 대화가 가능한 관계 지향형 AI 에이전트 개발에 강점을 보인다. SK텔레콤은 스캐터랩이 보유한 감성대화 기술을 에이닷에 적용하고, 감성과 지식 영역을 모두 보유한 LLM 개발에도 공동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미국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에 1억달러(한화 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AI 기업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앤트로픽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2021년 설립한 회사다. '챗GPT'와 비슷한 기능을 보유한 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하고 있다. 양 사는 LLM 공동 개발 및 AI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사업 협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출처=SK텔레콤)

◆ 성장형 AI 인기로 매출 상승 기대


SK텔레콤은 단순 지분 투자에 머물지 않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AI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LLM을 활용한 생성형 AI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성형 AI 패권을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지난 2월 몰로코, 베스핀글로벌 등 한국 AI 테크 기업들과 'K-AI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작지만 성장 가능성 높은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초거대 AI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처음 7개사로 문을 열었던 'K-AI 얼라이언스'는 반년 만에 참여 기업이 12개사로 늘어나며 순항 중이다. 


아울러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 e&, 싱텔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통합 LLM을 개발하고 있다. 자체 LLM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요구된다. SK텔레콤이 타사와 힘을 합쳐 LLM 개발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고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한국어 LLM 기반의 AI 서비스 '에이닷'을 상용화했다. 에이닷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다양한 사업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어 수익성 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성형 AI 등장으로 데이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클라우드 등 엔터프라이즈 사업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보관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져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엔터프라이즈 사업에서 전년 대비 12.5% 증가한 1조50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약 8.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아직 매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년 성장률이 1~3%대에 머물고 있는 유무선 통신 사업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AI는 전통 사업에 접목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상당히 큰 사업"이라며 "통신사들은 가입 고객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AI 서비스 구축 및 상품 출시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신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정부 규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고 태생적으로 내수 시장에 치우친 한계를 갖고 있다"며 "통신 사업자들에게 AI는 수익 모델과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놓칠 수 없는 사업 기회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