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더니]
쫄깃 식감 배양육 소고기, 내년 韓 밥상 오른다
이성준 팡세 대표 "상용화 근거 마련, 대중화 앞장설 것"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08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만든 배양육은 원육 특유의 식감과 풍미를 살릴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에요. 일반적인 배양육과 차별화되는 부분이죠. 관건은 '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였는데,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상용화 근거가 마련됐어요. 내년 출시할 '한우' 제품을 시작으로 배양육의 대중화를 이끄는 게 목표입니다"


이성준 팡세 대표(사진)은 6일 딜사이트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배양육 시장에서 선구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보여주기식' 매출이 아니라 실제 사업성을 갖춘 배양육 제품을 내놓겠다는 당찬 포부도 곁들였다.


배양육(培養育)은 동물에서 추출한 세포를 조직 배양해 얻은 고기다. 도축된 고기나 포획한 수산동물을 대체할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식량 부족 문제와 육류 생산량을 늘리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도 꼽힌다.


팡세는 2015년 문을 연 배양육 제조사다. 자체 개발한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배양육을 만든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살아있는 세포를 원하는 모양으로 쌓아 올릴 수 있어 다른 배양육 제조방식보다 식감과 풍미가 뛰어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창업자인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동물자원과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박사 과정을 마친 뒤 2015년 7월 팡세를 창업했다. 사명은 프랑스 고전작품 '팡세'에서 따왔다. 저자인 파스칼의 천재적인 발상과 '미완성'된 책이라는 부분이 스타트업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초기 사업모델은 '인공장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간이나 뇌 같은 인공장기를 제작했다. 인공장기를 활용하면 동물실험보다 유의미한 임상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 예상치 못한 건 보수적인 업계 환경이다. 신기술 도입까지 상당 기간 소요되는 의료업계 특성상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배양육으로 시선을 돌린 건 이때(2021년)부터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원육의 '식감'과 원하는 '모양'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원재료인 바이오잉크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던 덕분에 사업전환이 쉬웠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이 대표는 "기존 배양육 제품은 세포를 배양해 성분만 유사하게 만들기 때문에 모양이나 식감을 살리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팡세가 보유한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접목하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배양육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팡세가 지난해 시식회에서 시연한 음식. (출처=팡세 홈페이지)

자체 개발한 '배양기(배양조)'도 자랑거리다. 기존 배양기보다 세포생산량이 3배가량 높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실험 단계에선 최대 17배까지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어, 추후 제조원가 절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이 대표는 "배양육 제조사들이 판매량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판매가 대비 제조원가가 훨씬 비싸기 때문"이라며 "팡세는 제조원가를 최소화해 합리적인 가격에 배양육을 제공하는 업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사진을 현실화하면 지구촌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식량 위기에 처한 인구는 1억5500만명에 달한다. 2060년에는 2억2000만톤(현재 육류 총생산량의 65%)의 육류 부족 현상도 예상된다. 육류 소비량은 꾸준히 느는 데 비해 생산량은 기후 변화 등으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팡세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누적 38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인라이트벤처스, 쿼드자산운용, 산은캐피탈, 비에이파트너스, 이에스인베스터, 서울경제진흥원, 롯데벤처스, 어센도벤처스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섰다.


최근에는 시리즈A 라운드를 열고 추가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섰다. 약 120억원을 조달해 공장 설립비용 등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인라이트벤처스를 비롯한 기존 주주들이 후행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 설립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제품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첫 출시 제품은 '한우 배양육'으로 정했다. 수입산 소고기와 비슷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배양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내년 배양육 제품을 출시하면 50억원 안팎의 연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시 이듬해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올 3분기 중으로 펀딩을 마무리한 뒤 배양육 제품 출시에 전사 역량을 쏟아 붓는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컨설팅업체 AT커니에 따르면 배양육은 2040년 기준 전체 육류 소비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국내외 육류 소비 시장에서 배양육의 대중화를 주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개발 중인 시제품을 내년 출시해 국내 시장을 먼저 개척하고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가 최근 배양육을 '판매 가능한 식품'으로 한시적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점도 고무적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말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며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개정령은 지난 4월 30일부로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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