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뺏긴 바디프랜드]
돈줄 쥐고 회사 주무른 '비선실세'
③ 사측 vs. 양금란 소송戰…"업계 2위 추락은 예고된 자멸"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6일 0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한앤브라더스가 바디프랜드 공동운용사(Co-GP) 자격을 박탈당한 가운데 그동안 회사 경영에 적극 개입한 '비선실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선실세로 언급되는 인물은 작년 하반기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도맡다 법정 소송에 휩싸인 양금란씨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최근 양금란씨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양씨가 업무 집행 과정에서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사실을 발견해 이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며 "자세한 사안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양씨가 바디프랜드 안살림에 관여한 건 지난해 7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경영권을 공동 인수한 뒤부터다. 두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비에프하트투자목적회사(SPC)'를 설립해 VIG파트너스와 신한벤처투자가 보유한 지분 46.5%를 약 4200억원에 매입했다.


업계에선 당시 신생 운용사인 한앤브라더스의 자금조달 역량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한앤브라더스는 스톤브릿지캐피탈보다 많은 출자금을 끌어오며 딜(deal) 주도권을 잡았다.


한앤브라더스는 프로젝트펀드인 '한앤브라더스퀀텀제1호'를 단독 결성하고,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함께 퀀텀제2·3호를 공동 결성했다. IBK캐피탈, 하림, OK캐피탈, F&F 등을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확보하며 총 1280억원의 투자재원을 마련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기존 운용하던 블라인드펀드인 '스톤브릿지미드캡제1호'를 활용해 600억원을 책임졌다.


나머지 2300억원 상당의 자금은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KDB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이 조력자로 나섰다. LP 모집은 대부분 한앤브라더스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인수 후 한앤브라더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앤브라더스는 2021년 8월 설립된 사모펀드 운용사다. 최대주주는 과거 메이크그룹 회장을 지낸 한주희씨로 알려져 있다. 설립 당시 대표이사는 신동기씨였다. 한씨와 신씨는 아프리카 전문 투자컨설팅 회사인 '메이크나무파트너스(2017년 11월 청산)'에 함께 몸담았던 경험이 있다. 비선실세로 지목받는 양금란씨도 이곳에서 이들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신씨가 한앤브라더스 대표에서 물러난 건 바디프랜드 인수가 임박한 지난해 5월 31일이다. 공동대표였던 김태호씨도 같은 날 사임했다. 새 대표이사로는 허명지씨가 취임했다. 1990년생인 허 대표는 양금란씨의 아들이다. 한앤브라더스 대표로 취임하기 바로 전 직급은 '과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 대표의 아버지이자 양씨의 남편인 허영호씨는 한앤브라더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했거나, 현재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허 대표는 경영권 인수 후 바디프랜드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주요 경력은 세종사이버대학교 졸업이 전부일 정도로 투자 이력에 관한 정보가 제한적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허씨를 대신해 바디프랜드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건 양금란씨로 확인된다.


양씨는 공식 임원으로 등재되진 않았지만 조직 내에서 '총괄 사장'으로 불렸다. 양씨가 오기 전엔 '대표'나 '의장'과 같은 호칭만 있었을 뿐 사장으로 불렸던 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씨는 재직 기간 단순한 비품 구매 방식까지도 세세히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디프랜드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양씨가 전시장에 비치하는 섬유탈취제를 소량이 아닌 대량으로 구매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사소한 부분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기존 인력을 솎아내고 그 자리에 자기 사람들을 앉히는 등 조직체계에도 손을 대 사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북 군산에서 열린 프로암 골프대회에서 양씨를 본 적 있다"며 "당시 지인으로부터 양씨가 바디프랜드의 실질적 경영을 책임진다는 귀띔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출처=픽사베이)

양씨가 이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강웅철 이사회 부의장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강 부의장은 스톤브릿지-한앤브라더스가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의장' 직함을 유지하다 '부의장'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최대주주 변경 등 지분 구조에 변동이 생겨 부의장 직함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양씨가 권한을 사용해 강 부의장의 의장 직함을 박탈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에 따르면 한앤브라더스 최대주주로 알려진 한주희씨도 바디프랜드 회장으로 취임해 연간 10억원에 가까운 급여를 타간 것으로 전해진다. 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한앤브라더스 관계사인 메이크홀딩스와 허위 컨설팅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여러 횡령·배임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한앤브라더스와 메이크홀딩스는 모두 강남구 역삼동 소재 아가방빌딩에 입주해있다.


한앤브라더스 측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제기한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적법한 과정을 통해 비용을 집행했고, 위법 행위는 일절 없었단 입장이다. 오히려 LP들을 회유해 공동운용 자격을 박탈한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비선(秘線)들이 회사 경영을 주무르는 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행태의 투자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총 6개 종속회사의 구주를 취득했다. 주요 경영진이 보유한 구주를 취득하는 데 약 145억원을 투입했다.


구주 취득을 통해 지분을 늘린 회사는 ▲바흐 ▲토탈석재산업 ▲메디컬에이아이 ▲에스와이라이프 ▲에스투엘파트너스 ▲Bodyfriend INC(미국 소재) 등이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실적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주요 경영진이 소위 '물린' 지분을 회삿돈을 활용해 회수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주주 교체 당시 주요 경영진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을 사내 유보금을 통해 모두 인수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해상충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바디프랜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지분을 추가 취득한 6개 종속회사 가운데 당기순이익 기록한 곳은 '에스와이라이프(5억4490만원)'와 '토탈석재산업(2억2657만원)' 뿐이다. 두 곳의 순이익을 합쳐도 지난해 강 부의장 급여(9억6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적자 기조를 이어온 탓에 지분법가치 평가상 감액처리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 종속회사엔 공통점이 있다. 강 부의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공태현씨가 등기부등본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공씨는 에스와이라이프 감사와 사내이사, 토탈석재산업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지냈다. 이밖에 관계사로 분류되는 HKP컴퍼니, 에브리알에서도 각각 대표와 사내이사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바디프랜드 광고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프랜드미디어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와이즈네트웍스에선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공씨는 조직 내에서도 베일에 싸인 인물로 알려졌다. 바디프랜드 소속으로 인트라넷이나 메신저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본명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등재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개 활동보다는 직보 형태로 물밑에서 움직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치고 나갈 때 바디프랜드는 내부 조직 균열을 치유하는 데도 실패한 것"이라며 "사실상 안마의자 업계 2위 자리로 밀려난 건 예고된 자멸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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