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최근 데브시스터즈의 당일 해고 논란이 업계를 시끄럽게 했다.

지난달 30일 데브시스터즈는 내부적으로 '쿠키런' IP(지식재산권) 사업인 마이쿠키런과 쿠키런키즈 사업 중단을 내부 게시판을 통해 공식화했다. 기업이 수익이 안나는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관련 사업을 진행하던 40여명 인력들의 업무용 메신저와 메일을 바로 막으며 해고 통보에 가까운 행위를 한 것이다. 관련 직원들은 사업 조정 발표 당일 해고 통보라며 SNS에 글을 올리고 반발했다.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 영화에서나 봤던 일이 국내에서 벌어진 것에 업계는 놀라는 분위기였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비난 여론을 인식한 듯 "해고가 아닌 인사 조정을 위한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기업의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온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에는 단순히 해프닝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해외 빅테크들의 감원 소식은 공포스럽다.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은 최근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약 1300명을 감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앞서 아마존은 1만8000명,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1만2000명,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명, 델 테크놀로지는 6650명 등 감원 계획을 내놨다. 구조조정 바람이 대형 태풍급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향후 국내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도 코로나19 시대 급격하게 성장한 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나서 개발자 모시기에 바빴다. 그만큼 개발자들의 급여도 높아졌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억대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앞자리가 '2'가 되느냐 '3'이 되느냐를 두고 은근한 자존심 싸움을 했다. 일부 개발자들은 더 높은 연봉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는 데브시스터즈 사례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향후 해외로 진출한 개발자들이 현지에서 일자리를 잃고 다시 국내로 들어오면 개발자들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미 기업들의 실적에 나타나고 있다. 주요 대규모 인력채용에 나선 주요 IT기업들의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 대부분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실적 저하의 원인이 됐다.

대표적으로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해 오던 네이버도 지난해 매출은 20%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 역성장의 주요 원인은 인건비를 포함한 개발운영비였다. 2022년 영업비용을 살펴보면 개발‧운영비가 2조7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직원들의 성과급을 줄였다. 

옛말에 '과하면 아니한 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한 때 기업들이 열을 올린 과도한 개발자 쇼핑이 향후 한국 IT 산업에 미칠 영향이 매우 우려스럽다. 상승한 인건비를 내리기 어렵다. 그만큼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스타트업들은 감히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중견 기업들도 인건비를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IT산업이 갈 수 있는 길은 3가지다. 가파르게 오른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것인지. 아니면 고성장 산업에서 저성장 산업으로 변신(?)을 할 것인지. 혹은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을 거칠 것인지. IT산업이 변곡점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