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강원랜드가 신규 먹거리 사업으로 점찍은 '슬롯머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시장에선 슬롯머신 사업에 대해 대해 물음표를 달고 있다. 대규모 수주를 하더라도 마땅한 생산 시설이 없는 데다, 슬롯머신의 경쟁력을 인정 받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봐서다.

강원랜드는 최근 동남아시아 최대 슬롯머신 유통사인 RGB와 슬롯머신 30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슬롯머신은 태백시에서 제작해 올 4월까지 필리핀에 공급할 예정이다.

강원랜드는 이번 계약을 통해 3년여 만에 슬롯머신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앞서 2019년 대구 골든크라운 카지노(6대)와 그랜드코리아레저(13대)에 슬롯머신을 공급한 게 전부였다. 이에 2017년 해당 사업에 진출했지만, 작년 3분기까지 올린 매출은 4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강원랜드가 슬롯머신 제조(매출원가)에 쓴 비용은 같은 기간 61억원에 달했다.

사실 강원랜드는 2016년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창조경제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슬롯머신 제조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등을 검토했다. 당시 슬롯머신 시장은 2017년 5조9000억원에서 10년 뒤인 2027년 7조5000억원 규모(27%↑)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강원랜드는 슬롯머신을 새로운 먹거리로 결정하고, 2019년 태백에 슬롯머신 제조공장 건립 후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2031년 슬롯머신 1만대를 생산해 5000억원의 매출과 2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세계 10위권 슬롯머신 제조사로 도약할 수 있단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세계 카지노 시장이 침체되며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올해 들어서야 슬롯머신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강원랜드가 신사업으로 슬롯머신을 선택한 것과 달리 기대치는 낮단 점이다. 올해의 경우 해당 사업 목표 매출을 17억원으로 잡았는데, 슬롯머신이 1대당 3000~4000만원인 점으로 고려하면 최근 RGB와 맺은 계약 만으로 12~13억원의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매출 목표를 상향 조정하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당초 2031년 5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설정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2027년까지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부분도 강원랜드가 슬롯머신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엔데믹에 따른 카지노를 찾는 인구 증가로 더 이상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될 것으로 내다본 결과로 풀이된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1조5000억원에 달해서다. 

이렇다 보니 2019년 태백에 슬롯머신 공장을 건립하겠단 계획을 백지화 한 채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은 물론, 판매를 위한 영업도 등한시 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아울러 후발주자인 강원랜드가 슬롯머신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도 하지 않고 있는 터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단 반응 일색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카지노들이 슬롯머신을 구매하는데 있어 이용률은 무엇보다 중요한 지표"라며 "강원래드의 슬롯머신의 경우 그동안 강원랜드에서만 사용돼 온 만큼, 해당 제품을 외부에 판매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배팅 욕구를 충족시켰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만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서 강원랜드의 슬롯머신을 구매했던 카지노 운영사들도 코로나19 때문에 최근에야 이용률 데이터를 축적하는 중"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강원랜드 제품의 추가 구매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슬롯머신 사업에 대해 2019년 외부용역을 실시했고, 그 결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강원랜드 슬롯머신 1360개 가운데 280개를 자사 슬롯머신으로 교체하는 등 신사업으로 가치를 제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간 200대 이상의 생산을 할 수 있는 영업력을 갖춘 시점에나 태백에 생산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며, 강원랜드 내에서 운영하는 슬롯머신 가운데 자체 생산품의 매출 순위를 바이어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