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키움증권의 기업공개(IPO) 사업이 연초부터 삐걱대고 있다. 올해 첫 상장주관 업무를 맡은 샌즈랩이 금융감독원 요구에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공모일정을 연기했다. 정정내용이 투자 주요사항에 해당하는 만큼, IPO 주관 준비에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샌즈랩은 내달 1~2일 이틀간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공모주식수는 370만주(신주 300만주, 구주 70만주)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8500~1만500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284억~1586억원이다. 일반 공모청약은 같은달 6~7일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키움증권이다.

샌즈랩은 오는 10일 공모일정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정정신고서 제출 절차를 밟으며 이를 미뤘다. 신고서에는 최대주주 케이사인(53.5%)의 주식 증여내용과 사업 위험성 등을 추가했다. 케이사인은 지난 2017년 유상증자로 62억원을 투자해 65만주(51%)를 확보했다. 이후 2019년 액면가(5000원)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이 자금 사정으로 신주 인수를 포기하며 실권주가 발생했다. 회사 경영상황에 따라 외부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케이사인과 특수관계인이 이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김기홍 대표이사는 신주 배정 당시 배정 주식 전량을 인수해야 하는 것으로 오인해 인수를 포기했지만, 추후 실권주를 취득했다.

케이사인과 특수관계인은 샌즈랩 IPO 과정에서 독립적인 지배구조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보유지분 216만7116주를 샌즈랩에 증여했다. 샌즈랩은 이 중 70만주를 구주매출 할 예정이며 자금 사용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외에도 대금 수령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구축성 사업 수주 증가로 매출채권 회전율이 줄어든 점, 실적 추정치 등을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관사인 키움증권의 IPO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 심사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기업실사 과정에서 발견한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정내용 역시 최대주주 지분 변동 내역 등 주요사항이었던 점도 이 같은 의견에 힘 싣는다.

게다가 키움증권은 지난해에도 디티앤씨알오 IPO를 주관하면서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디티앤씨알오는 증권신고서 제출 후 매출 격차가 큰 해외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꼽아 몸값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키움증권은 수요예측 바로 전날 해외 기업을 국내 업체로 변경했지만, 디티앤씨알오는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하단으로 결정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의 IPO 사업 역량이 후속 주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키움증권은 샌즈랩 외에도 오는 26일 공모일정에 돌입하는 가구제조 업체 꿈비의 상장주관 업무를 맡고 있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틸론도 상장예비심사(예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와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면 이들의 공모 흥행도 보장할 수 없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금융당국도 신고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투자자들도 증권신고서를 꼼꼼히 살피는 만큼, 눈높이를 맞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