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키움투자자산운용이 퇴직연금 승부처가 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약진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TDF(타깃데이트펀드)와 EMP(ETF Managed Portfolio)를 동시에 밀어붙인 투트랙 전략과 판매사와의 스킨십을 강화한 것이 비결로 꼽힌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운용은 최근 승인이 끝난 259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가운데 27개에 포함됐다. 이는 37개 상품을 입성시키며 3위에 오른 한화자산운용 다음가는 성적이다. 전체 운용자산(AUM) 기준으로 업계 8위 포지션에 올라있는 키움운용이 경쟁사를 제치고 톱5에 드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TDF를 빈티지별(은퇴시점)로 보면 ▲키워드림TDF2025 4개 ▲키워드림TDF2030 8개 ▲키워드림TDF2040 1개 ▲키워드림TDF2045 3개 순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7월 출시돼 운용기간이 2년에도 못 미치는 키워드림TDF2050은 포함되지 않았다. TDF는 장기투자가 목적인 만큼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최소 3년 정도 트렉레코드가 쌓인 TDF를 자격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키움운용은 시장으로부터 TDF 자체운용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를 고무적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018년 6월, 미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의 자문을 받아 '키워드림TDF시리즈'를 론칭한 키움운용은 지난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국내 연금 권위자인 성주호 경희대 교수, 자산배분 모델 퀀트 전문가인 김승종 디뉴로 대표와 함께 자체 글라이드패스(Glide Path·생애주기곡선)을 개발했다. 이후 키움운용은 독자 개발한 글라이드패스를 2050에 첫 적용한 뒤 전 빈티지로 확대했다.

TDF 뿐 아니라 EMP 펀드가 대거 포함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27개 상품 가운데 9개가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EMP펀드(UH)'였다. 해당 펀드는 BF(밸런스펀드)의 일종으로 글로벌 주식, 채권, 대체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고르게 투자한다. TDF에만 올인하지 않고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적용 대상이 되는 여러 비히클을 동원한 전략이 통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키움운용이 독자 운용사라는 핸디캡을 딛고 상위권에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디폴트옵션 주체인 39개 퇴직연금사업자(은행·보험·증권) 가운데 키움운용 계열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퇴직연금사업자 자격을 갖춘 14개 증권사 중 키움증권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캡티브 마켓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성과를 낸 건 마케팅 단위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키움운용은 디폴트옵션 도입이 발표된 직후부터 관련 제도를 요약한 자료를 판매사에 제공하며 스킨십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사와 품과 타운용사의 상품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마련해 판매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최대한 퇴직연금사업자들 입장에서 제도 도입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자 했다"며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상품성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