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PE가 운용중인 1호 블라인드펀드의 현재 예상 IRR은 10% 초반대다. 아직 펀드 청산 전이라 현 포트폴리오들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예상 수치다. 올 초 30%대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락' 수준이다. 1호 펀드는 5개 기업에 투자를 단행해 이중 3곳을 투자회수(엑시트) 했으며 현재 PI첨단소재 및 CJ올리브영만 보유 중이다. 

IRR 급락의 원인으로는 'PI첨단소재 매각불발'이 꼽힌다. 당초 계약한 대로 베어링PEA가 인수를 완료했을 경우 글랜우드PE는 높은 수익을 거두고 엑시트를 할 수 있었다. 거래가 무산되면서 PI첨단소재 밸류에이션은 매각가가 아닌 현 주가수준을 기준으로 재산정 됐다. 54.07% 지분가치는 28일 종가 기준 4747억원이다. 이는 글랜우드PE가 인수 당시 지급한 6080억원 보다 22%가량 낮다. 매각가였던 1조2750억원과는 63% 가까이 차이가 난다. 

PI첨단소재는 1호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전체 약정액 중 30%에 해당하는 1350억원이 투입됐다. 이 펀드는 지난 2018년 4500억원 수준으로 결성됐다. 동일한 펀드를 활용해 투자한 한국유리공업, 해양에너지·서라벌도시가스 등의 포트폴리오에서 모두 괄목할만한 수준의 수익률을 거두고 엑시트를 했음에도 IRR이 크게 떨어진 이유다.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글랜우드PE 1호 블라인드펀드의 IRR이 단기간 급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PI첨단소재 기업가치 회복이 어려운데다 CJ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를 연기하면서 엑시트 시점도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IRR에는 시간가치가 내재돼 있기 때문에 PI첨단소재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 이상 수치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베어링PEA와 위약금 소송을 통해 최대한 손실을 메우는 것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장사 투자에 뛰어난 선구안을 보유한 글랜우드PE가 상장회사 투자에 과감하게 뛰어들면서 투자실패에 이르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잇단 투자성공을 이끈 기존 투자방법 및 전략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 결국 독이 됐다는 설명이다. 

글랜우드PE는 다수의 비상장사 투자성공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를 설립한 2014년 이후 총 7건의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중 비상장사인 다섯 개 회사에서만 자금을 회수했다. 아직까지 투자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지난해 투자한 비상장사 CJ올리브영과 상장사인 PI첨단소재 뿐이다.

한 PE 관계자는 "상장사는 경영실적이 좋고 성장성이 높더라도 결국 주가가 받쳐주지 못하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기 어렵다"며 "이같은 이유로 다수의 운용사들은 증시 등 외부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비상장사 투자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불패신화를 써온 글랜우드PE의 발목을 잡게 된 것도 결국 상장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