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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컬리는 다르다
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2022.12.29 08:24:23
자금력 밀리는 후발주자, 종합 아닌 버티컬 영역 잡아야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8일 08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과 컬리 배송차 이미지. 사진제공/쿠팡, 컬리

[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란 용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늘리면 소요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데 생산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가면 오히려 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업 초기 막대한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철강과 화학 등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에서 주로 나타난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기업들 사이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려는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사실 이커머스는 규모의 경제가 불필요한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투자 외에 매장도 인력도 필요하지 않았던 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의 등장으로 이러한 시장 인식은 완전히 깨졌다. 쿠팡은 출발부터 남달랐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배송 혁신을 기치로 내건 것이다. 100% 익일 직배송이라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고객들의 장보기 일상을 뒤바꿔놨다.  


이러한 압도적인 서비스 구축의 뒤에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있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도입 이후 수십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독보적인 전국구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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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달콤한 결실로 돌아왔다. 쿠팡은 로켓배송 도입 이후 매년 적자를 보다가 올해 3분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로켓배송은 이용자에게는 편의를 제공했지만 쿠팡 입장에서 보면 적자의 주범이었다. 작년까지 쿠팡의 누적적자만 무려 약 6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전국구 물류망 완성으로 고객 유입이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이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별 월간 순이용자(추정치) 순위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895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 사업자에 이름을 올렸다. 차 순위에 오른 11번가가 957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그간 발목을 잡아온 고정비 부담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다소 무모하기까지 했던 쿠팡의 성장전략이 빛을 발하면서 컬리와 같은 후발주자들도 단순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벗어나 대규모 물류인프라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커머스 스타트업 대표선수로 널리 알려진 컬리는 현재 보유 중인 서울 송파와 경기 김포 물류센터 외에 내년 중 경기 평택과 경남 창원에 추가 물류센터 건립을 결정했다. 창원은 영남권, 평택은 수도권 남부와 충청권을 맡아 배송 권역을 전국구로 넓히는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컬리는 또한 식품으로 다져진 기반을 활용해 주방용품, 화장품, 가전 등 공산품으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사업다각화도 적극 꾀하는 중이다. 컬리에 따르면 현재 취급하는 상품 3만여개 중 비(非)식품군만 약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컬리 역시 창립 이후 적자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쿠팡처럼 규모의 경제를 통한 화려한 반등을 꿈꾸고 있다.


다만 쿠팡을 닮은 컬리의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엔 자금 조달과 제품군 구성 등에서 한계점이 여실하다는 시장 일각의 평가도 나온다. 


쿠팡의 경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든든한 지원과 함께 작년 뉴욕증권거래소의 성공적인 상장 등을 통해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었다. 반면 컬리는 쿠팡과 같은 지속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최근 국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마련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국내 증시 부진으로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품군에서도 차이는 있다. 쿠팡은 식품과 공산품을 아우르는 종합 이커머스기업으로 성장한 것에 반해 컬리는 아직까지 주력이 식품 영역에 국한돼 있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폐기율과 로스율이 높고 수도권이나 지역 거점도시를 빼고는 유통망을 넓히기 어려워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사업 영역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확장 중인 공산품 영역도 거래액 측면에서 쿠팡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컬리가 쿠팡처럼 종합 이커머스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면 이는 곧 필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컬리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버티컬 커머스(특정 분야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것) 영역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버티컬 카테고리 내에서라도 지배적사업자 지위를 차지해 '작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이커머스 후발주자들이 용의 꼬리가 아닌 뱀의 머리가 되는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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