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손잡고 설립한 호텔앤에어닷컴이 10년만에 문을 닫는다. 회사 측은 코로나19로 여행수요가 급감해 사업을 정리했단 입장이다. 반면 시장에선 양사의 기대와 달리 항공사와 티켓협상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실까지 누적되자 결국 청산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자본금 300억원을 들여 설립한 호텔앤에어닷컴을 올 3분기 청산 했다. 2011년 법인 설립 후 약 10여년 만이다.

호텔앤에어닷컴은 여행업계 1~2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공동으로 설립한 전세기 여행 전문 합작기업이다. 설립 당시 하나투어 180억원, 모두투어 120억원을 넣어 지분율을 6:4로 나눠 가졌다. 이후 책임과 권리를 동일하게 갖자는 취지에서 하나투어가 지분 10%(30억원)를 모두투어에 매각했다. 전세기 여행은 사전에 여행사가 항공기의 일정 수 좌석을 대거 확보한 뒤 추후 자리를 채워 여행객을 보내는 방식(패키지 여행)이다.

양사가 호텔앤에어닷컴을 설립한 배경에는 그간 두 업체가 이어온 항공권 구매 출혈경쟁이 있다. 경쟁이 장기화 되면서 공동법인 설립을 통해 미판매 항공권 등 역마진이 발생하는 사례를 줄이고, 공동구매를 진행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겼다. 아울러 당시 여행사업 성장률이 높았던 동북아시아향 항공권 및 호텔 연계사업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문제는 호텔앤에어닷컴이 기대 만큼 실적을 거두지 못했단 점이다. 이 회사는 설립 이듬해부터 8년 간(2012~2019) 줄곧 20억원 안팎의 매출만 거뒀고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이 19억원에 달했다.

실적이 이렇다 보니 호텔앤에어닷컴은 2016년 자본금을 3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줄이는 유상감자도 실시했다. 유상감자는 통상 주주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 사용한다.

여기에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로 여행사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됐고, 결국 호텔앤에어닷컴의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이 회사를 청산하기로 최종 결론을 냈다. 

시장에서도 호텔앤에어닷컴 청산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유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항공권 판매 사이트가 인기를 끌었고, 결과적으로 하나투어 및 모두투어가 선택의 폭이 넓어진 항공사와의 티켓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는 "익스피디아, 스카이스캐너 등 해외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국내에 진출 했기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서 호텔앤에어닷컴의 항공권 구매력이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회사가 중소 여행사를 상대로 B2B영업을 했던 것도 성장을 더디게 만들었고, 수익성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법인 청산에 대해 "코로나로 인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양사의 향후 비지니스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상호 합의하에 청산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업이 상당히 위축 됐었다"며 "이에 계열사 몸집을 줄이기 위해 양사가 합의 하에 법인을 정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