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방위사업청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의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방산업체 지정취소 절차를 밟으면서 체계개발을 마친 대(對)드론 무기체계의 양산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지정이 취소되면 개발을 맡은 LIG D&A는 양산 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되지만, 방사청은 아직 이를 대신할 업체의 양산 능력을 파악하는 단계다. 제재 절차가 법원과 산업통상부 판단으로 나뉘어 있어 양산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사청은 방위사업법 제48조 1항 1호(청렴서약서 위반)를 근거로 산업통상부에 방산업체 지정취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사업은 뇌물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방사청 사무관이 제안서 평가에 참여한 6개 사업 가운데 하나다. 방사청은 "특정사업의 계약과 관계없이 법령상 방산업체 지정취소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소형무인기 대응체계는 북한 소형무인기 침투에 대응해 접적지역에 배치하는 체계로, 적 소형무인기를 전파교란(재밍) 등 '소프트 킬' 방식으로 무력화한다. 2017년 북한 무인기가 경북 성주 사드(THAAD) 기지를 촬영한 뒤 강원 인제에서 추락한 채 발견됐고, 그해 9월 합동참모본부가 군에 필요한 무기체계로 확보를 결정했다.
LIG D&A는 2022년 11월 체계개발에 착수해 올해 1월 마쳤다. 체계개발 총사업비는 243억원(계약금액 229억원)이며, 방사청은 현재 1223억원 규모 양산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LIG D&A 관계자는 "체계개발은 당사가 맡아 진행해 왔다"며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양산 단계가 사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LIG D&A가 개발에 이어 양산까지 맡을 수 있는 근거는 방산업체 지정이다. LIG D&A는 2022년 체계개발에 참여하면서 이 사업의 방산업체로 지정됐다. 방산업체 지정은 시장 경쟁만으로 안정적인 조달이 어려운 무기체계에 대해 정부가 지정한 업체와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개발 업체가 양산을 이어받는 통상적인 경로다.
방사청이 지난달 LIG D&A에 2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리고도 양산은 이어갈 수 있다고 본 것도 방산업체 지정 때문이다. 방사청은 당시 "양산계약의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진행 중인 사업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입찰 제한은 새로 열리는 입찰에만 적용될 뿐, 방산업체 지정이 유지되는 한 양산 수의계약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사청이 산업부에 지정취소를 요청하면서 이 전제가 흔들리게 됐다. 방사청은 "기존 방산업체 지정이 취소되면 기존 수의계약 방식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이 이후 내놓은 예외 경로도 쓸 수 없다. 방사청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라 하더라도 해당 사업에 적합한 국내업체가 유일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가계약법 제27조 3항에 근거한 예외다. 그러나 방사청은 "방위사업법 제35조 1항에 따라 방산물자는 방산업체만 생산할 수 있어 지정이 취소되면 LIG D&A와의 수의계약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정이 취소되면 입찰 제한 이후 방사청이 제시한 양산 경로가 모두 막히는 셈이다.
대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방사청은 경쟁계약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LIG D&A 외 업체의 양산·제조 능력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체계개발을 맡은 업체가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신할 업체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업체가 양산을 맡더라도 곧바로 생산에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물자의 지적재산권은 정부에 귀속되지만 생산 노하우와 설비는 또 다른 문제로 볼 수 있다"며 "개발 업체가 아닌 곳이 단기간에 이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요결정부터 개발 완료까지 8년여가 걸린 사업이 양산을 앞두고 멈춰 선 상황이다.
양산 방향은 법원과 산업부 판단에 달렸다. 방사청은 지정취소 여부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집행정지 결과에 따라 추진 방향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입찰 제한은 법원의 임시집행정지로 오는 20일까지 효력이 멈췄고, 5일 정식 집행정지 심리가 열린다. 지정취소는 산업부가 별도로 결정한다. 방사청은 지정취소 근거로 입찰 제한 처분이 아닌 청렴서약서 위반을 제시해, 집행정지 결과와 별개로 지정취소 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사업 지연 최소화와 절차적 적법성 등을 고려해 경쟁계약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집행정지 신청 결과가 결정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사업 추진 방향을 확정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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