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쿠팡이 올해 3개 분기 만에 3년치 영업이익에 달하는 규모의 손실을 보면서 해롤드 로저스 한국법인 임시 대표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1년 가까이 임시 대표 체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잇단 악재로 본업의 이익 체력까지 흔들리면서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인사를 결정하는 쿠팡의 기조상 로저스 대표의 입지도 상당히 불안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쿠팡Inc의 3분기 연결실적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2억48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각 분기 평균 환율을 적용한 원화 기준으로는 1조8318억원이다. 2023~2025년 3년간 거둔 영업이익 합계 1조8987억원의 약 96.5%에 해당한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10일 박대준 전 대표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한국법인 임시 대표로 선임됐다. 미국 모회사 쿠팡Inc의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을 맡던 인물이다. 당시 쿠팡은 고객 불안 해소와 대내외 위기 수습, 조직 안정화를 선임 목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첫 해 실적은 적자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35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8350억원으로 손실 폭이 확대됐다. 3분기에도 매출이 14조2209억원으로 늘었지만 64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사업에서 발생한 규제·운영 위험이 그룹 연결실적에 대규모 비용으로 반영된 것이다.
2분기에는 개인정보 보호 법규 위반에 따른 과징금이 비용으로 반영됐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개인정보 유출과 이용자 온라인 활동기록 무단 수집 등을 이유로 쿠팡에 총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보 유출은 로저스 대표 취임 전에 발생했지만 제재 대응과 신뢰 회복은 그가 넘겨 받은 핵심 과제였다.
기존 사태를 수습하는 도중 새로운 운영 위험도 불거졌다. 지난 7월 인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3분기에 약 3540억원의 손실이 반영됐다. 재고와 고정자산 손실, 판매자 재고자산 관련 의무지급액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물류망이 핵심 경쟁력인 쿠팡에서 물류센터 화재는 큰 손실을 낳았다.
수익성 부진을 일회성 비용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쿠팡Inc가 밝힌 화재 손실 제외 3분기 영업손실은 2억200만달러(약 2883억원)다. 2분기에도 과징금을 제외한 영업손실이 1억4600만달러(약 2193억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일회성 비용을 덜어낸 손실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특히 핵심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는 고객 증가가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3분기 활성고객은 2520만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50만명 늘었고 매출도 달러 기준 전년 동기보다 5% 증가했다. 반면 조정 에비타는 3억8500만달러로 45% 감소했다.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이익이 훼손된 것이다.
쿠팡 측은 이익 감소가 이탈 고객 재유입을 위한 프로모션 비용과 고객 이탈 이전 수요에 맞춰 구축한 설비의 고정비 부담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실적 악화의 책임에서 로저스 임시 대표가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성과주의에 입각한 쿠팡의 인사 기조 특성상 로저스 임시 대표에게 이번 실적 악화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또 임시 대표 체제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실적 회복을 위한 안정적인 대표이사 선임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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