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호 기자] 보툴리눔 톡신(톡신) 제제의 균주와 공정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둘러싸고 휴젤과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 K-톡신 3대장(빅3)으로 통하는 선두권 기업에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휴젤과 메디톡스는 해외 진출 과정을 간소화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기술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대웅제약은 균주 관련 법정 소송 변수로 앞장서서 지정 해제 깃발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K-톡신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톡신 시장의 문을 연 개척자는 메디톡스였지만 미국이나 중국, 유럽 연합(EU) 등 주요국 시장 선점 경쟁에서 휴젤과 대웅제약 등이 괄목할 성과를 내며 판세를 역전한 상황이다. 메디톡스는 동남아시아(동남아)와 중앙 및 남아메리카(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명 주보)는 지난 2019년 K-톡신 중 가장 먼저 미국에서 승인됐다. 지난해 나보타는 연매출 228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4년 뒤인 2030년 그 매출을 5000억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휴젤의 ‘보툴렉스(미국명 레티보)’는 국산 톡신 제제 중 최초로 중국(2020년)과 유럽(2022년) 시장에 진출했다. 2024년 미국 허가까지 획득하며 세계 주요 3대 시장에 모두 깃발을 꽂았다. 보툴렉스의 지난해 매출은 2305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디톡스는 주력 제품인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을 비롯해 ‘코어톡스’, 차세대 톡신 ‘뉴럭스’ 등으로 라인업을 다변화하며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톡신 제품의 내수 및 수출 매출은 각각 869억원과 1277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미국·유럽 등 주요국 시장 진출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늦다는 평가다.
이처럼 빅3 기업이 K-톡신의 세계화 바람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톡신 균주와 공정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만큼 그동안 기술 유출에 대한 정부의 보안 심사를 받아 왔다. 이런 보안 심사가 해외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핵심기술 전면 해제에 대한 업체별 입장 차는 여전하다.
딜사이트 취재를 종합하면 메디톡스와 휴젤 등은 명확한 전략으로 규제에 대응하면서도 해외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정 해제 시 가짜제품(가품) 유통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논의도 더 진전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형 톡신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영토 확장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인한 규제보다 기업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도 가품 유통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국가핵심기술로 보호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정부의 빠른 수사 대응을 기대할 수 있다”며 “지정 해제 시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대웅제약은 표면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나보타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언급하면서 국가핵심기술 해제 입장에 한 표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내면에는 메디톡스와 벌이고 있는 균주 분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2017년부터 이어 온 균주 분쟁은 현재 항소심(2심)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의 최대 쟁점은 ‘균주 및 제조공정의 부정 취득 여부(영업비밀 침해)’다.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된다면 법원이 판단하는 기술의 경제적·국가적 가치 및 기밀성 기준 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디톡스가 항소심에서 대웅제약에 요구하고 있는 소송 청구액은 5001억원이며 내년 1월에 관련 판결이 도출될 예정이다.
한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측은 균주 소송과 국가핵심기술 해제 논란 사이 연관성에 대한 질의에 “공식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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