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호 기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전쟁’이 초대형 머니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메디톡스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손해배상 청구액을 5001억원으로 이전보다 10배 늘리면서다. 이는 지난해 대웅제약 연결 기준 자기자본의 44% 수준이다. 내년 1월 도출될 판결이 단순한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넘어 양사의 재무 건전성과 기업 밸류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법조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9년째 이어지고 있는 균주 소송에 대한 청구액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메디톡스가 2017년 소송을 처음 제기할 당시 소송가액은 11억원에 불과했다. 회사는 1심 막바지에 소송가액을 501억원으로 한 차례 증액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3년 2월 1심 재판부는 대웅제약의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을 일부 인정해 400억원 배상과 균주 인도 명령 판결을 내렸다. 양측 모두 이에 불복해 항소심(2심)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메디톡스는 지난 8월 말 항소심 소송가액 규모를 5001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회사는 1심 변론 종결 이후부터 2025년 7월 말까지 추가로 발생한 대웅제약의 국내외 톡신 제품 판매량과 매출 증가분 등을 손해액 산정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의 톡신 제품인 ‘나보타(미국명 주보·유럽제품명 누시바)’는 출시 12년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연매출 2000억원 달성했다. 메디톡스는 이런 판매 실적과 함께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증액배상)’ 규정을 소송가액 추가 증액에 대한 핵심 법리로 제시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서는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런 메디톡스의 조치에 자의적인 청구액 증액일 뿐이며 부풀린 금액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또 2017년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사후 신설·강화된 징벌적 배상 규정을 소급 적용하는 부분 역시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날 딜사이트 취재를 종합하면 각 사는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외부에 따로 공개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판결은 내년 1월 14일에 내려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의 공방을 볼 때 남은 약 3개월의 시간동안 양사 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재판부의 최종 판결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제약 및 의료 분야 소송을 담당해 온 한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일부 침해 인정 판단을 유지할지 여부, 이를 유지할 경우 나보타의 글로벌 성장 기여도와 징벌적 손해배상 법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지 등이 최종 배상액을 가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앞세워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균주 소송 불확실성을 이유로 목표주가 산정 시 저평가를 받아 왔다.
일례로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은 대웅제약 주식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상위 제약사 평균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값인 11.4배 대비 20% 할인한 9.3배를 적용했다. 이는 기업이 순수하게 벌어들인 이익(EBITDA) 대비 총 가치(EV)가 몇 배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그 배수가 낮을수록 기업이 버는 돈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5000억원대 청구액이 대웅제약 측에는 재무적 부채 리스크로, 메디톡스 측에는 막대한 현금 유입 기대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판결 선고 시점이 다가올수록 양사의 기업밸류에 대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