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LG유플러스가 경쟁 통신사보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사업 확대에 나선다. 수요가 확보된 수도권 거점에는 직접 투자하되 외부 데이터센터의 설계·구축·운영(DBO)을 병행해 자본 부담을 분산하는 전략이다. 자체 현금창출력 범위에서 투자하면서 시설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사업까지 수익 기반을 넓혀 2030년 AIDC 누적 수주 5조원에 도전한다.
2030년 데이터센터 용량 목표인 400MW(메가와트)에도 두 방식이 반영돼 있다. LG유플러스는 파주 AIDC를 포함한 용량을 270MW로 늘리고 DBO 사업으로 130MW를 확보할 계획이다. 전체 목표의 약 3분의 1을 DBO로 채우는 구조다. 모든 시설을 직접 건설·보유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부담하지 않고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셈법이다.
재무 원칙도 제시했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DC 투자 확대에 따라 올해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범위 내 집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의 중심은 파주 AIDC다. LG유플러스는 총 200MW의 전력 공급을 확보하고 공기냉각과 액체냉각을 함께 지원하는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버 등 IT 장비에 공급하는 전력 기준 용량은 128MW다.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파주는 고객 수요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급을 늘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산 1동은 개소 전 전량 수주를 완료했고 후속 시설도 수요에 맞춰 구축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고객 선확보는 준공 이후 시설이 비어 있는 위험을 낮추고 투자금 회수의 가시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파주 AIDC 전산 1동은 아직 오픈 전임에도 전량 수주를 완료했다”며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8월 전산 2, 3동 구축 및 4동 설계에 착수하는 등 증설 일정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DBO는 자체 투자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규모를 보완한다. 직접 보유한 센터에서는 서버 공간·인프라 임대(코로케이션) 매출을 얻고 외부 시설에서는 구축·운영 서비스로 수익을 확보한다. 다만 실제 투자와 비용 부담은 개별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요 가시성이 높은 수도권 데이터센터와 CAPEX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DBO 사업 확장을 바탕으로 견조한 외형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원 LG’ 전략은 외부 수주를 뒷받침할 기반이다. 파주에는 LG전자의 냉각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의 고성능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 등을 적용한다. 자체 시설에서 계열사 기술을 결합하고 운영 경험을 쌓아 외부 고객에게 구축·운영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구조다.
정숙경 LG유플러스 AIDC사업담당은 앞서 올 6월 파주 건설 현장 간담회에서 “글로벌 빅테크 고객들은 500개에서 많게는 1000개 이상의 기술 요건을 요구한다”며 “이 솔루션들이 실증된 데이터센터로서 국산 솔루션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 역량도 강화한다. 한국이콜랩과 액체냉각 운영표준을 공동 개발하고 평촌2센터에서 냉각유체 품질과 설비 상태를 검증할 계획이다. 향후 AI 기반 예측 유지보수로 협력을 확대한다. 고밀도 AI 서버의 안정적인 운영은 자체 센터의 고객 유지와 외부 운영사업 수주에 모두 필요한 역량이다.
올해 2분기 AIDC 매출은 코로케이션 사업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8.9% 증가한 1241억원을 기록했다. 파주 가동 이후에는 매출 기반이 더 커질 수 있지만 투자금 회수 속도는 입주율과 상면 단가, 전력·냉각 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DBO 역시 목표 용량을 실제 계약과 운영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주의 서버 등 IT 장비용 전력 용량을 130MW로 가정하고 1MW당 연간 매출액 30억~40억원과 영업이익률 15%를 적용하면 연간 585억~780억원의 영업이익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가동 규모와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치다.
이 연구원은 “목표로 하는 4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 확보는 수요 및 공급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고 향후 4년간 약 1조~1조5000억원의 투자 규모 역시 재무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며 “통신 본업의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의 이익 증분 기여도는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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