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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권만으론 부족…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유통망 선점' 경쟁
한진리 기자
2026-11-04 07:00:00
해외송금부터 카드 결제·여수신까지…기존 금융 인프라 활용 확대
이 기사는 2026-11-03 08:34:52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연내 입법이 추진되는 가운데 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발행 기술 확보를 넘어 실제 사용처를 선점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 해외송금부터 카드 결제, 가맹점 정산, 여수신 업무까지 은행들이 저마다 다른 사업 모델을 검증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금융거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 발행 자격뿐 아니라 고객과 가맹점, 해외 지급망 등 유통 인프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금융지주가 공개한 스테이블코인 기술검증(PoC)은 실제 고객과 금융거래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들이 보유한 계좌와 고객 기반을 디지털자산 지갑, 가맹점, 해외 지급망 등과 연결해 송금·결제·정산에 활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솔라나재단과 협력해 기업 해외송금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기술 실증을 마쳤다. 거래처 등록과 내부 결재부터 송금 실행, 수취인 지급, 반환까지 기업 해외송금 절차를 구현했다. 고객은 별도의 디지털자산 지갑을 만들거나 코인을 직접 다룰 필요 없이 기업뱅킹과 외화계좌를 이용하고 스테이블코인 전송과 정산은 은행이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기존 기업금융 고객과 해외 지급망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송금 수단으로 접목할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이어 신한은행은 지난달 21일 국내 결제사업자 KSNET과 외국인 환자의 의료비 결제·정산 실증도 완료했다. 외국인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해외 규제사업자가 이를 법정화폐로 전환해 국내로 송금하고, KSNET이 국내 의료기관에 원화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의료기관이 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해외 고객의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업 해외송금에 이어 외국인 고객의 국내 결제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금융은 디지털자산을 보유한 고객이 이를 일상적인 소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 카드 결제망과 연결하는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두나무와 함께 공개한 PoC는 하나카드의 체크카드를 업비트 및 기와월렛과 연계해 고객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고 가맹점에 대금을 정산하는 과정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여러 종류의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에 활용하는 복수 스테이블코인 차감 기능도 검증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디지털자산 지갑과 기존 카드 결제망을 연결해 고객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가맹점 정산 기간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카드 결제망에서는 가맹점이 대금을 지급받기까지 수일이 소요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이를 실시간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산 기간이 단축되면 소상공인의 자금 운용 부담을 덜고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실증 과정에서 검증한 기술을 실제 결제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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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용도(그래픽=Chat GPT)

우리은행은 소비자의 결제수단보다 플랫폼 사업자와 가맹점 간 대금 지급·정산에 초점을 맞췄다. 쿠팡과 함께 쿠팡이츠 주문 결제대금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가맹점주에게 실시간 송금·정산하는 기술검증(PoC)을 완료했다. 우리은행은 전자지갑과 은행 계좌를 연결해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 간 자금 전환을 지원하는 온·오프램프(On/Off-ramp) 프로세스도 구현했다. 소비자의 결제 이후 가맹점주가 대금을 지급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한 것으로, 기존 은행 계좌와 플랫폼의 거래망을 활용해 기업 간 자금 이체와 정산 업무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할 가능성을 살펴본 사례다.


수협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를 송금·결제에서 은행 본업인 여수신 업무로 넓혔다. 아톤과 손잡고 원화와 1대 1로 연동되는 검증용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적금 가입과 추가 납입, 중도 해지부터 담보대출 실행과 상환에 이르는 거래 절차를 구현했다. 담보 평가와 반환, 청산 등 대출 관련 절차도 검증했다. 송금과 결제뿐 아니라 예·적금과 대출 등 은행의 주요 금융상품에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서로 다른 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배경에는 기존 금융 인프라를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력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은행 계좌와 기업 고객, 해외 지급망에 카드 가맹점과 플랫폼 사업자의 거래망까지 연결하면 별도의 고객 기반을 처음부터 구축하지 않고도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처를 확보할 수 있다. 발행 기술뿐 아니라 이미 보유한 고객과 제휴 네트워크가 사업화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이를 활용한 송금·결제·정산은 서로 다른 사업 영역인 만큼 은행이 직접 발행에 참여하는 것과 별개로 유통·결제 사업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관련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이후에는 기술검증에서 확인한 거래 모델을 실제 서비스로 연결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금융거래에 사용할 고객과 제휴 사업자가 없다면 사업 확대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향후 입법 과정에서 발행권 경쟁과 함께 얼마나 폭넓은 사용처와 유통망을 확보하느냐도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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