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호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바이오기술 기반의 항노화 연구개발을 강화하며 장기간 축적한 연구자산을 고가 화장품 경쟁력으로 전환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비슷한 효능을 내세운 중저가 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소비자가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이유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술적 성취를 실제 사용 경험과 반복 구매로 이어가기 위해 독자성분 개발과 외부 연구기관의 검증을 통한 임상 근거 확보에 공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매출은 1조1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52억원으로 25.4% 늘었다. 매출총이익은 8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률은 71.8%에서 72.7%로, 영업이익률은 9.0%에서 10.2%로 각각 높아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총이익률 상승을 놓고 ‘할인 축소 및 브랜드 믹스 개선’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고부가 제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늘어난 것이 수익성 제고에 영향을 줬다는 자체 분석이다.
특히 항노화는 아모레퍼시픽이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싣고 있는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군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장기 전략 과제 가운데 하나로 바이오 기술 기반 항노화 연구·개발인 ‘에이지리스(Ageless)’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통합 뷰티 설루션 강화에 더해 제품 자체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고기능성 브랜드를 통해 항노화 제품 시장에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설화수는 1966년 ‘ABC 인삼크림’에서 이어진 연구 역사를 바탕으로 올해 자음생크림 60주년 캠페인을 서울과 글로벌 대도시에서 전개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주요 채널에서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달성했다. 국내 매출에서 설화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29% 남짓이다.
아이오페는 ‘XMD’와 ‘레티놀’ 라인 판매를 확대하며 고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도 슈퍼 바이탈의 선물 수요에 대응하면서 주요 온라인 플랫폼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이 항노화 연구를 주요 전략 방향으로 선택한 것은 제품군 특성상 유사한 성분과 효능을 내세우는 제품 사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소비자가 성분과 가격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연구와 외부 기관의 협력을 결합해 기술적 근거를 쌓아 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글로벌 미용·노화 방지 학회 ‘IMCAS 월드 콩그레스 2026’를 통해 카이스트 조광현 교수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피부 세포 노화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동백에서 추출한 독자 성분 ‘레드(RE.D) 플라보노이드’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공동 임상 연구 성과도 함께 발표하기도 했다.
축적한 연구 성과를 최상위 고가 상품으로 구현한 사례는 올해 3월 하이엔드 브랜드 AP뷰티에서 출시한 ‘프라임 리저브 리트리니티 프로토콜’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판매 과정에서 단순 성분 홍보에 그치지 않고 리페어, 리버스, 리저브의 세 단계를 각각 10일씩 사용하는 30일 집중 관리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원료의 기술적 가치에 더해 사용 순서와 기간을 구체화한 관리 경험을 묶음으로써 소비자에 고가 제품 선택을 설득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연구 자산을 신제품으로 전환하 데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KT와 공동 구축한 연구 특화 인공지능 플랫폼 ‘레몬(LEMON)’을 공개했다. 이전까지 축적한 수백만 건의 원료 데이터와 처방 내역, 연구 보고서를 통합해 표준화한 시스템이다. 과거 연구 자료를 찾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 누적된 연구 데이터가 설화수, 아이오페, AP뷰티 등의 신제품 개발에 즉각 쓰이도록 설계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세포 노화와 피부 장벽, AI 피부진단, 나노 전달체, 인삼 등 헤리티지 원료 연구를 기반으로 피부 노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고 있다”며 “피부 장벽과 노화의 관계, 차세대 나노 전달체, 헤어 롱제비티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하면서 혁신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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