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영훈 기자] 금융위원회가 통상 150일가량 걸리던 부실 금융회사 정리 절차를 주말 포함 3~4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회사 한 곳의 부실이 금융시장 전체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는 경우 주주총회와 경쟁입찰 등 기존 절차를 생략하고 계약이전이나 제3자 인수를 신속히 실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했다. 관련 내용을 반영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다음달 2일부터 12월14일까지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금융회사에 부실징후가 나타나면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 등 적기시정조치를 거쳐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정리 절차에 들어간다. 재산 실사와 경쟁입찰, 사전통지 등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해 부실징후 포착부터 계약이전까지 통상 150일가량 소요된다. 금융위는 정리가 지연될수록 예금인출 중단 기간이 길어지고 부실 규모와 정리비용도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속정리제도 적용 대상은 금산법상 금융기관 가운데 예금보험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은행·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금융지주회사다. 재보험사와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제외된다. 별도 법률에 따른 정리체계를 갖춘 농·수협은행과 상호금융도 이번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금융위는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중장기 도입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제도 발동은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긴급 상황으로 제한한다. 해당 금융회사가 부실 또는 부실우려 금융기관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중대한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금융시장 안정이 현저히 훼손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적기시정조치 등 기존 처분만으로는 위기 확산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면 금융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신속정리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신속정리 대상으로 지정된 금융회사에는 계약이전과 제3자 인수를 비롯해 영업정지, 임원 직무정지 및 관리인 선임, 주식 소각·병합, 인·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위기 상황과 인수자 유무,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정리방식을 결정한다.
정리 기간 단축의 핵심은 기존 절차를 대폭 생략하는 데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계약이전이나 제3자 인수 과정에서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정리 대상 금융회사의 이사회·주주총회 결의와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 채권자 이의제출 절차도 생략할 수 있도록 한다.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와 의견청취·의견제출 의무도 면제한다. 기업결합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사전협의로 대체한다. 다만 영업양도와 합병은 신속정리 수단에서 제외했다. 인수 금융회사의 주주총회까지 생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헌 논란과 소송 위험 등을 고려한 조치다.
자산·부채 실사도 사전 확정 방식에서 사후 정산 방식으로 전환한다. 예보가 1~2일 안에 자산과 부채를 잠정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계약이전 등 핵심 정리조치를 먼저 실행한다. 확정실사는 정리 이후 진행한다.
금융위가 제시한 주말 포함 3~4일은 계약이전 등 핵심 정리조치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다. 사후 실사와 손실보전 등 후속 절차까지 모두 마무리하는 기간은 아니다.
절차 간소화로 제한될 수 있는 주주와 채권자의 권리는 사후 손실보전 제도로 보호한다. 신속정리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 통상적인 청산·파산 절차를 거쳤을 때보다 크다면 그 차액을 예금보험기금에서 보전한다. 청산·파산 절차에서도 발생했을 손실은 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
손실보전액은 독립적인 외부 전문기관의 정산실사를 통해 산정한다. 금융위가 선정한 외부 전문기관은 처분일부터 6개월 안에 정산실사에 착수해 청산·파산을 가정한 손실과 신속정리에 따른 실제 손실을 비교한다.
금융위는 처분일부터 6개월 안에 정리비용과 후속 매각 진행 상황 등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 정부 내 심사 등을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금융시장 위험을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 등 세부 발동 요건은 시행령 등 하위규정에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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