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영훈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더라도 국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다. 금융당국은 직접 모회사인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상위 지배회사인 SK스퀘어에도 주주 보호 의무가 적용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졸속 심사 논란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법정 심사기간을 준수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에 국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지를 묻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 SK스퀘어의 수직적 지배구조하에 있는 계열사로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모회사로서 주주충실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외 상장에도 규제가 적용되는지를 재차 묻자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할 때 해외 상장이든 국내 상장이든 다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 보호 책임이 직접 모회사뿐 아니라 상위 지배회사에도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부터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다. 모회사 이사회가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 영향평가, 주주 보호방안 마련, 주주와의 소통, 이사회 찬반 결의, 관련 내용 공시 등 5대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미국 기업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를 통해 지배하는 손자회사다.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모회사 주주들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금융당국이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모두에 주주 보호 의무가 적용된다고 밝히면서 솔리다임 상장이 구체화될 경우 두 회사 이사회의 대응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기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관련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관건은 해외 상장에 대한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 실효성이다. 이날 의원들은 국내 가이드라인만으로 해외 거래소 상장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가 작은 게 아니라 굉장히 큰 의무"라며 관련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가이드라인 적용과 별개로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발생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 위원장은 "일단 공식적으로 지금 상장을 하겠다고 발표되거나 구체적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상장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도 지난 19일 국감에서 솔리다임이 중복상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국내 증권신고서 적용 문제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종합국감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심사기간 단축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의원들 간 공방도 벌어졌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상장심사가 통상 60일가량 걸리는 것과 달리 29일 만에 끝났다"며 심사 과정의 적정성을 따져 물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당국이 상품 출시를 위해 졸속 심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회사별로 엄정하게 모두 심사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19일 국감에서 금융위가 정책적으로 발표한 상장 일정에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진행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후 일반 ETF의 평균 상장 소요기간이 62일인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29일 만에 상장돼 심사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이 원장은 상장까지 걸린 전체 기간과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기간은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앞서 제가 빨리 진행된 면이 있다고 말한 것은 보통 예비상장심사를 하고 증권신고가 들어오는데, 이 사안은 저희한테 곧바로 들어온 부분이 있어 그렇게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상 심사기간은 15일로 돼 있다"며 "증권신고 심사일 15일 동안 상품구조나 위험 등을 신고 회사별로 엄정하게 모두 심사해 15일 됐을 때 수리했다"고 강조했다. 상품 상장까지 걸린 기간은 짧아졌지만 금감원이 담당한 증권신고서 심사는 법정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심사 적정성 논란은 실제 투자자 손실과 보상 문제로도 번졌다.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8월 14일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6조3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확정손실이 2조3242억원, 평가손실이 3조9888억원이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발생한 가격 괴리 사고를 놓고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간 보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6월 8일 SK하이닉스 주가가 7.68% 하락했지만 해당 상품은 오히려 49.7% 급등한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 직전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공백이 발생하면서 실제 자산가치와 시장가격 사이에 큰 차이가 벌어진 사고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고와 관련해 “기관투자자에게는 착오매매 정정을 통한 손실 보전이 이뤄졌지만 개인투자자는 피해를 떠안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원장은 "기관투자자 손실은 보상했는데 개인 투자자 보상이 문제되는 사안"이라며 "차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를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금감원은 LP의 호가 공백 발생 경위와 함께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간 보상에 차별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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