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영훈 기자] 우리금융그룹 편입 이후 경영관리체계 정비에 나선 동양생명이 외환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외국환포지션 한도를 네 차례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한도 감축 제재를 받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외화채권 평가이익 감소로 매각초과포지션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사전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ABL생명과의 통합을 앞둔 만큼 외환 위험관리체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올해 3월 23·24·25·27일 총 네 차례에 걸쳐 외국환 종합포지션 한도를 초과했다.
당시 동양생명에 적용된 한도는 8억9020만1000달러였다. 3월 23일에는 이를 3235만6000달러 초과했다. 24일과 25일 초과액은 각각 573만1000달러, 589만7000달러였다. 27일에는 초과액이 다시 3666만5000달러로 늘어 허용 한도를 4.1% 초과했다. 네 차례의 일평균 초과액은 2016만2000달러였다.
금감원은 네 차례의 한도 위반에 대해 종합포지션 한도 감축 제재를 내렸다. 지난 5월 11일 제재를 통보하고 같은 달 18일부터 21일까지 4영업일간 동양생명의 종합포지션 한도를 일평균 초과액의 두 배인 4032만4000달러 줄였다. 동양생명은 해당 기간 낮아진 한도에 맞춰 포지션을 관리해야 했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과거 1년간 외국환포지션 한도를 한 차례 위반하면 주의 조치를 받는다. 두 차례 위반하면 일평균 초과액만큼 한도를 줄이고, 세 차례 이상 위반하면 감축액을 두 배로 늘린다. 한도 감축 기간은 위반일수와 같다. 동양생명은 세 차례 이상 위반에 해당하는 제재를 받은 셈이다.
이번 위반은 외화채권 평가이익 감소에 따른 매각초과포지션 확대에서 비롯됐다. 보험사는 외화자산·부채와 통화 관련 파생거래를 반영한 종합포지션을 지급여력금액의 3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외환건전성을 확보하고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규제로, 영업일마다 한도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매각초과포지션은 통화별로 외화부채와 통화 관련 파생거래 매도분을 합친 금액이 외화자산과 해당 거래의 매입분을 합친 금액을 초과하는 규모다. 외화채권 평가이익이 줄어 자산가치가 낮아지면 매각초과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신규 거래가 없더라도 보유 채권의 평가가치 변동만으로 한도를 넘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시장 변동 자체보다 한도 초과 가능성에 대한 사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외화채권 평가가치 변동이 포지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한도 초과에 대비해야 했지만, 동양생명은 이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이번 한도 위반은 동양생명이 우리금융 계열사로 편입된 지 약 9개월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7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편입하면서 조직·인사·재무·리스크·IT 전반을 그룹 경영관리 체계에 맞게 정비했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경영관리체계 정비가 진행된 상황에서 동양생명의 외환포지션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동양생명을 100% 완전자회사로 전환한 데 이어 ABL생명과의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2027년 하반기 총자산 55조원 규모의 통합 생명보험사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통합 과정에서는 양사의 강점을 결합하고 영업지원·경영관리 절차를 개편할 방침이다. 이번 한도 위반으로 통합 과정에서 외환 위험관리 기준과 내부통제 절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도 부각됐다.
동양생명도 이번 위반을 계기로 종합포지션 한도 산출 절차와 모니터링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자체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한도 초과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고 실제 포지션 조정까지 이어지는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금융위 보고안건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한도 사용률이 80%, 85%, 90% 이상일 때 단계별로 사전경보를 내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도에 근접했을 때 대응 거래를 어느 범위까지 할 수 있는지, 누가 결재하는지도 내규에 명시하기로 했다. 한도 초과 발생 시 보고와 사후점검 절차 역시 정비 대상에 포함했다.
상시 모니터링과 위험 분석도 강화한다. 매월 위험관리실무위원회에 외국환포지션 현황을 보고하고, 포지션 추이와 한도 사용률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리·환율 변동을 가정한 분석 결과도 보고 대상에 포함한다. 한도 사용률에 대한 사전경보부터 대응 거래의 의사결정, 사후점검까지 외환포지션 관리 절차 전반을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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