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합병을 앞두고 보험계약마진(CSM)을 실제 보험이익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과제로 떠올랐다. 두 회사 모두 신계약 등을 통해 CSM 상각분을 보전할 기반은 마련했지만 불리한 예실차나 손실부담계약 비용이 보험이익을 제약하고 있다. 합병에 따른 외형 확대를 실질적인 수익성과 자본 확충으로 연결하려면 CSM의 양뿐 아니라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가 산출한 동양생명의 올해 상반기 이익전환력은 75.2%로 지난해 44.8%에서 반등했다. 다만 2024년 기록한 98.5%에는 미치지 못했다. 2024~2025년 평균은 71.7%로 나타다.
NICE신용평가가 정의한 이익전환력은 CSM과 위험조정 상각을 통해 예정된 이익이 실제 보험이익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율이 낮다는 것은 CSM과 위험조정 상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보험서비스 이익이 보험금·사업비 예실차나 손실부담계약 관련 손익 등에 의해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는 의미다. 동양생명의 이익전환력은 올해 들어 회복됐지만 CSM에서 예정된 이익이 안정적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실제 동양생명의 손실부담계약비용률은 지난해 마이너스(-)30.4%에서 올해 상반기 5.7%로 개선되며 이익전환력 회복을 이끌었다. 반면 보험금 예실차율은 같은 기간 -23.7%에서 -29.7%로 악화했다. 손실부담계약 관련 손익은 비용에서 환입으로 전환됐지만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면서 불리한 예실차는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ABL생명의 이익전환력은 더 낮다. ABL생명의 올해 상반기 이익전환력은 -83.8%로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2024년 43.4%에서 지난해 -188.1%까지 떨어진 뒤 소폭 회복했지만 CSM을 새로 확보하는 능력과 별개로 이를 실제 보험이익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취약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익전환력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으로는 손실부담계약 비용이 꼽힌다. ABL생명의 손실부담계약비용률은 지난해 -291.5%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95.3%를 기록했다. 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이 CSM과 위험조정 상각이익을 크게 웃돌면서 신계약으로 CSM을 확보해도 실제 보험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계리가정 변경에 따른 CSM 변동성도 높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ABL생명의 CSM 조정 수준은 23.8%로 생명보험사 중위값인 15.8%를 웃돌았다. 2024~2025년 평균도 20.9%로 높았다. 손해율과 사업비 등 계리가정이 바뀔 때 이미 쌓아둔 CSM이 상대적으로 크게 흔들렸다는 뜻이다.
이처럼 CSM 조정 폭이 크다는 것은 손해율과 사업비 등 계리가정 변화에 따라 기존 계약에서 예상했던 미래 이익의 규모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CSM 잔액이 많더라도 가정 변경으로 규모가 조정되거나 예정된 상각이익이 불리한 예실차로 상쇄되면 안정적인 보험이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합병 이후에는 신계약을 통한 CSM 확대 뿐 아니라 기존 계약의 손해율과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보유 CSM이 실제 보험이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회사 모두 CSM 상각으로 소진되는 규모 이상의 CSM을 새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CSM 상각액 커버리지는 올해 상반기 동양생명 2.1배, ABL생명 2.7배로 집계됐다. 신계약 등을 통해 CSM 잔액을 유지·확대할 여력은 있지만, CSM이 실제 보험이익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환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CSM의 질은 합병 이후 자본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SM이 안정적으로 보험이익으로 전환되면 순이익과 이익잉여금 누적을 통해 기본자본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불리한 예실차와 손실부담계약 비용이 반복되면 CSM이 늘어도 내부에서 자본을 축적하는 속도는 더딜 수 있다. 2027년부터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보험영업을 통해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능력도 중요해졌다.
특히 ABL생명은 지난 6월 말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107.9%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를 밑돌았다. 기본자본 킥스비율도 42.8%에 그쳤다. 합병 이후에는 ABL생명의 낮은 자본비율을 보완하고 CSM을 보험이익으로 안정적으로 전환해 내부자본 창출력을 높여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합병으로 보유 CSM과 신계약 규모가 커지는 것만으로 수익성 개선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예실차와 손실부담계약 비용을 줄여 CSM이 보험이익과 기본자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내년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합 보험사의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려면 상품과 계약 포트폴리오를 정비해 CSM을 안정적인 보험이익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합병으로 커진 외형을 지속 가능한 이익과 자본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통합 보험사의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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