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자녀들이 지분 과반을 쥔 가족회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서는 동안 계열사들은 돈줄 역할을 했다. 이의범 SG그룹 회장과 계열사들이 보유하던 SG&G 지분이 에스지케이(SGK)로 집중됐지만, SGK는 지분 매입이 집중된 2024~2025년 자본금을 늘리지 않았다. 같은 기간 관계사 차입은 확대됐다. 지난해 말 전체 차입금의 63%는 상장사 SG세계물산이 출자한 단톡에서 빌린 돈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GK의 SG&G 지분율은 2023년 말 4.71%에서 2024년 말 18.67%, 지난해 말 33.17%로 높아졌다. 올해 2월에는 34.16%까지 올랐다. 반면 이 회장의 SG&G 지분율은 지난해 5월 16.51%에서 올해 2월 2.00%로 낮아졌다.
SGK는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장이 34%, 세 자녀인 이청아·승현·재원 씨가 각각 22%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자녀 지분을 합치면 66%로, 의결권 과반이 자녀들에게 있다. 이 회장의 배우자 박선희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골프장 자산을 보유한 단톡에서 시설을 빌려 SG아름다운 골프&리조트를 운영한다.
SGK의 SG&G 지분 확대는 단순한 상장사 투자를 넘어 그룹 지배구조 재편으로 이어진다. SG&G는 올해 6월 말 기준 SG고려 지분 4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G고려는 코스피 상장사 SG세계물산과 SG글로벌 지분을 각각 47.64%, 34.64%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SGK가 SG&G 지분을 확보하면서 SG고려를 거쳐 두 상장사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상단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SGK의 SG&G 지분 확대는 계열사 보유 지분을 사들이는 데서 시작됐다. 2022년 SGK(당시 에스지엠)는 코스피 상장사 SG글로벌이 보유하던 SG&G 지분 4.71%를 시간외매매로 사들였다. 같은 해부터 단톡은 SG고려와 케이엠앤아이가 보유하던 SG&G 주식을 시간외매매로 차례로 사들여 지분율을 13.95%까지 높였다. 이후 2024년 단톡이 보유 지분을 약 75억원에 SGK로 넘기면서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SG&G 주식이 가족회사로 모이기 시작했다.
단톡은 SGK가 56.3%, 상장사 SG세계물산이 30.5%를 출자한 회사다. SG세계물산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단톡이 SG&G 지분을 확보했다가 SGK에 넘긴 것이다. 이 거래로 SGK의 SG&G 지분율은 4.71%에서 18.67%로 뛰었고, SGK는 이 회장 개인을 제치고 SG&G 최대주주에 올랐다.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SGK는 이듬해 이 회장 개인 지분까지 사들이며 지배력을 더욱 높였다. 지난해 7월 1일 이 회장은 SG&G 주식 460만3602주(13.51%)를 주당 1923원에 시간외매도했다. 매도금액은 약 89억원이다. 같은 날 SGK는 462만2243주를 같은 가격에 시간외매수하면서 지분율을 32%대로 끌어올렸다. 이 회장은 거래에 앞서 제출한 거래계획보고서에서 거래 목적을 '보고자 지분의 현 최대주주(SGK)에게 양도를 통한 지배구조 정리'라고 밝혔다.
올해 2월에도 이 회장의 지분 축소와 SGK의 추가 매수가 이어졌다. 이 회장은 SG&G 주식 34만주를 주당 2310원에 장내매도했고, SGK는 같은 시기 34만1주를 주당 2309원에 장내매수했다. 그 결과 SGK 지분율은 34.16%까지 높아졌고 이 회장 개인 지분은 2.00%로 낮아졌다.
SGK는 지분 매입이 집중된 2024~2025년 자본금 증액 없이 SG&G 지분을 확대했다. 자녀들이 지분 과반을 보유한 가족회사의 지배력은 커졌지만, 자금조달은 자체 영업활동보다 계열사 차입에 크게 의존했다.
SGK의 SG&G 지분 매입 규모는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SGK의 SG&G 주식 추가 취득액은 약 95억원으로, 영업이익 31억원의 3배 수준이다. 자체 현금창출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관계사 차입은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 SGK의 차입금은 1017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단톡에서 빌린 돈이 637억원으로 전체의 62.6%를 차지했다. 단톡은 SGK가 골프장을 운영하기 위해 임차한 시설을 보유한 회사이자, SGK의 최대 차입처이기도 하다. 특히 SG세계물산이 단톡 지분 30.5%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사가 출자한 회사의 자금이 오너일가 가족회사로 공급되는 구조다.
SGK의 계열사 차입은 지난해에도 확대됐다. SGK는 단톡에서 45억원, SG고려에서 90억원, SGM에서 10억원 등 관계사로부터 총 145억원을 추가로 차입했다. 단톡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의 중간에 위치한 SG고려까지 가족회사의 자금 공급에 참여한 셈이다.
반면 SGK의 자체 현금창출력은 지분 투자 규모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개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에서 현금이 순유출되는 상황에서도 관계기업투자주식과 매도가능증권 취득에 약 140억원을 지출했다. SG&G 지분을 비롯한 금융투자를 확대하는 동안 관계사 차입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SGK의 그룹사 지분 매입 배경과 향후 지배구조 계획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SG그룹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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