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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해도 억대 보수…금융당국, '그림자 임원' 손본다
한영훈 기자
2026-10-22 13:18:30
8개 금융지주 퇴임 임원 38명에 연 57억 책정…지배구조 개편안 포함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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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회방송)

[딜사이트 한영훈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퇴임 임원들의 고문·자문역 재취업 관행을 지배구조 개선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퇴임한 경영진이 계열사와 연구소에 고문 등의 직함으로 남아 고액 보수를 받으면서도 금융회사 임원에게 적용되는 책임과 공시 체계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연임과 이사회 독립성에 이어 퇴임 이후의 보상과 영향력까지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금융지주 전반의 고문 운영 관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 퇴임 임원의 고문·자문역 재취업 문제와 관련해 "지배구조 개선, 특히 CEO와 임원 관련 문제를 계속 보고 있다"며 "고문 제도 운영방안에 대한 개선방안까지 포함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제도 개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고문과 자문 등 그림자 형태로 숨어 있는 부분도 추가적으로 협의해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선안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포함하려고 실무선에서 협의하고 있다"며 "마지막 단계에서 반영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이 퇴임 임원들의 고문·자문역 운영 관행까지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이들이 금융회사 내부에 남아 보수를 받으면서도 현직 임원에게 적용되는 관리·감독 체계에서는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고문·자문역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아 임원 현황과 보수 공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임원별 담당 업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에서도 빠지는 경우가 있다. 퇴임 이후에도 그룹에서 자문 활동을 이어가지만 위촉 과정과 보수 산정 기준, 실제 업무 성과를 외부 주주가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이날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제도적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금융지주 퇴임 임원들의 고문·자문역 재취업 실태를 공개했다. 김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제한뿐 아니라 퇴임 이후에도 자리와 보수를 제공하는 관행까지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금감원을 통해 8개 금융지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퇴임 후 그룹 내 고문·자문역 등으로 위촉된 임원은 3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 책정된 연간 보수 기준액을 합치면 56억9520만원에 달한다. 이는 각 위촉자의 계약상 연간 보수를 합산한 것으로, 실제 지급된 보수 총액은 아니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BNK금융 9명, 신한금융 7명, JB금융 5명, 우리금융 4명, iM금융 3명 순이었다.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은 해당 기간 위촉 사례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KB금융에서는 퇴임 임원의 과거 직급이 고문 보수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했다. KB금융은 조사 기간 퇴임한 지주 임원 10명 전원을 그룹 내 경영자문역으로 위촉했다. 이들의 연간 보수 기준액 합계는 18억9900만원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했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에게는 퇴임 당시 기본급의 80%에 해당하는 연 4억원의 보수가 책정됐다. 다른 임원들도 회장 80%, 부회장 70%, 부사장·전무 50~60% 등 과거 직급에 따라 보수 비율이 정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 체계에서 실제 자문 성과가 얼마나 반영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퇴임 당시 직급과 기본급에 따라 보수가 산정되는 반면, 이에 상응하는 자문 실적은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 퇴직 임원의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한다는 제도 취지에도 불구하고 고문료가 사실상 퇴임 이후의 보상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BNK금융에서는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퇴임 후 계열사의 유급 자문위원으로 이동한 사례가 확인됐다. BNK금융은 퇴임한 지주 사외이사 5명을 BNK캐피탈과 BNK투자증권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연 3600만원의 보수가 책정됐으며 위촉은 해당 계열사 대표이사 결재로 이뤄졌다. 재임 중 경영진을 감시하던 사외이사가 퇴임 이후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는 구조인 만큼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퇴임 후 보상 사이의 관계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에서는 기존 내규에 없던 직책을 신설한 뒤 퇴임 임원을 위촉한 사례가 논란이 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3월과 2024년 4월 집행임원운영규정을 개정해 특임연구위원을 집행임원으로 둘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퇴임 임원 2명이 해당 직책을 맡았으며 이 가운데 상근 인원 1명에게는 연 2억4000만원의 보수가 책정됐다. 이에 우리금융은 특임연구위원이 내규에 따른 집행임원으로, 퇴직자 예우를 위한 일반적인 고문·자문위원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 고문 제도에 대한 관리·감독의 한계는 앞선 금감원 검사에서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나금융지주의 고문 운영 제도를 점검하면서 자격요건이 추상적이고 자문내역보고서도 형식적으로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대표이사 출신 고문 선임 시 이사회 사전결의 절차를 제도화하고 자문 활동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개선 요구 이후에도 관련 내규는 개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하나금융의 자문위원 운영 규정은 마지막 개정일이 2016년 12월로, 이사회 사전결의 절차가 명문화되지 않은 상태다. 하나금융은 대표이사 출신 고문 위촉 시 이사회 결의를 거친다는 운영 방침을 설명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절차는 해당 자문위원 운영 규정에 반영하지 않았다.


고문 위촉에 대한 이사회 통제 수준도 금융지주마다 차이를 보인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지주 고문·자문역 위촉에 이사회 결의나 승인을 요구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은 대표이사 출신 고문 위촉 시 이사회 결의를 거친다는 운영 방침을 설명하면서도 해당 절차를 자문위원 운영 규정에 명시하지 않았다. 고문 위촉과 보수 산정에 대한 통제 기준이 금융지주별로 제각각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지주의 CEO 승계 절차와 사외이사 독립성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 왔다. 이번 국감에서 퇴임 임원에 대한 고액 보수 지급과 불투명한 자문 실적, 금융지주별로 다른 위촉 절차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개선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현직 경영진의 권한과 책임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퇴임 이후에도 이어지는 보상과 영향력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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