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한경록 한솔제지 대표이사가 21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인쇄용지 가격 담합 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에 대한 보상 문제에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한솔제지가 과거 여러 차례 담합에 가담한 전력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경영진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한 대표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번 인쇄용지 담합 건과 관련해 국민과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회사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한솔제지와 무림피앤피, 무림페이퍼, 무림에스피, 한국제지, 홍원제지 등 6개 제지사는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60차례 넘게 접촉하며 7차례에 걸쳐 인쇄용지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업체에 총 3383억2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한솔제지가 142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무림피앤피 919억원, 한국제지 490억원, 무림페이퍼 458억원, 홍원제지 85억원, 무림에스피 3억원 순이었다. 다만 한솔제지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다.
이날 국감에서는 과징금을 면제받은 한솔제지가 정작 담합 피해업체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 조치를 취했는지를 놓고 질의가 집중됐다. 거액의 과징금 부담을 덜어낸 만큼 피해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개 제지업체에 부과된 과징금 중 한솔제지가 가장 큰 규모의 과징금 대상이었지만 자진신고로 면제받았다"며 피해업체에 대한 보상 여부를 추궁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에 대한 내부 보상 절차가 마련돼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한 대표는 구체적인 보상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피해보상 관련 문제는 이 자리에서 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답했다. 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복적인 담합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한솔제지가 과거 30년간 9차례 담합에 가담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불공정행위가 사실상 관행으로 굳어진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한 의원은 한 대표가 과거 관련 사업본부장으로 재직했다는 점을 들어 당시 담합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따져 물었다. 한 대표가 "몰랐다"고 답하자 한 의원은 반복적인 담합이 이뤄지는 동안 경영진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습 담합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원들은 반복적으로 담합에 가담한 기업에 대한 리니언시 혜택 제한과 징벌적 손해배상, 피해구제기금 도입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 담합에 대한 과징금이 매우 미미했다"며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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